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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비 Mar 18. 2023

오마카세가 사치? 마음!

일본 mz보다 한국 mz 마음이 더 크다

일본 신문에서 쓴 기사를 봤다. 한국 mz가 오마카세를 먹는 문화를 다룬 기사였다. 일본 기자는 '왜'에 집중했다. 한국 mz가 '왜 비싼 일본 오마카세'를 먹는지를 논하고 있었다.

우선 주목한 건 언제 먹느냐였다. 이성의 생일,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이었다. 누가 이 비싼 오마카세 밥값을 내는지도 관심을 가졌다. 보통 남자가 샀다. 한국은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곁들였다. 결국 남자가 여자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비싼 일본 오마카세를 산다는 것이었다.


해설은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SNS를 빼놓고 요즘 젊은이를 설명하는 건 반쪽짜리 답안이다. 남자가 사준 비싼 일본 오마카세를 여자는 찍고 이를 본인 SNS에 올림으로써 대외적으로 '나는 이런 대접을 받는 사람이야'라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한국 mz의 사치 덕에, 일본에서는 돈벌이가 시원찮은 젊은이는 감히 사지도 먹지도 못할, 고급 요리의 대명사인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대유행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하, 뭐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떤 현상을 두고 한 가지 설명만 붙이는 건 하수다. 대게 보이는 현상은 단층적일지라도 원인을 들여다보면 겹겹의 이유와 다양한 맥락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내 생각에 한국에서 오마카세 문화가 흥하는 건, 마음의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은 커도, 너무 크다. 일본의 좁쌀만 한 마음과는 비교가 안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이 마음은 더 커진다. 얼마나 크냐면 그 비싼 오마카세를 쉽사리 사주겠는가. 오마카세는 한 끼 가격이 적어도 수만 원부터 시작한다. 비싼 곳은 수십만 원에 이른다. 한 끼 밥값으로는 여러모로 부담이 간다. 기껏해야 아르바이트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사 먹는 일본 젊은이들과는 스케일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를 쉽사리 사줄 수 있다는 건 상대에게 그만큼 푹 빠졌다는 게 아닐까. 사치라기보다는 마음의 크기고, 이를 찍어 SNS에 올리는 건 나 이만큼이나 사랑받는다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1인당 소득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앞섰다. 임금도 더 많다. 일본 mz에게 사치인 오마카세가 한국 mz에게는 한 끼 식사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일 정상회담 무드에 일본을 디스해 마음이 찜찜하지만, 뭐,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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