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지만 사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루틴이 있다.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6시께 우리 회사 내일자 초판 신문을 본다. 평소에는 제목, 부제 정도만 후다닥 훑는데 오늘은 선배가 쓴 칼럼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전세사기, 세입자는 잘못 없다’는 칼럼이다. 우리 사회는 사기 피해자를 두고 안타깝게 여기기보다는 탓하는데 익숙하다. 부주의한 탓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선배의 칼럼은 전세 사기를 온전히 개인 부주의로 돌릴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읽다 보면 몇몇 구절에서 멈칫하게 된다.
가령 이런 구절. ‘누군가 말한다. 좀 꼼꼼히 살피지, 얼마나 모자랐으면 사기를 당할까. 과연 그럴까. 피해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했고 국내 4대 은행 중 한 곳의 깐깐한 심사를 거쳐 전세자금을 대출받았다. 임대사업자를 관리 감독하는 구청에서도 임대차 신고를 받아줬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지만 사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맞는 얘기다. 내 돈 떼먹으려고 작정하고 덤벼든 사기꾼에게 본인은 물론 은행, 지자체까지 모두 속은 셈이다.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부 당국의 부동산 대책, 그 사이 소외된 빌라·다세대 거주민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구절에도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내가 당국자라면 이런 질책은 백번, 천번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 싶었다.
좋은 글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에서 시작됨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래 전문을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