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간 갸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갸비 Nov 08. 2023

15시간 일하고 200만 원 벌었는데

챗GPT가 등장한 후론 일감이 뚝

“한 달에 부업으로 15시간 일하고 200만 원 정도 벌어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꿀 같은 부업이 있단 말인가. 물론 기본 능력이 출중한 사람의 부업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국 종합대학 450여 곳 중 40위권 정도 되는 곳에서 졸업장을 딴 후 한국에서 일하는 분이었다. 미국 시민권자로 생긴 건 한국인에 가까운데, 대학 때까지는 한국말로 숫자조차 세지 못했다. 반면 영어는 대학에서 라이팅 튜터를 할 정도로 잘 썼다.


해서, 그가 했던 꿀 같은 부업이 무엇이냐 하면, 한국 유학생의 논문과 에세이 등을 첨삭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 처음 왔던 때는 한 달에 500만 원을 첨삭 만으로 벌기도 했단다. 시급이 어마어마했던 셈이다. 주업이 있던 터라, 부업을 하는 시간은 차츰 줄었고 15시간에 200만 원 정도는 매달 꾸준하게 벌었단다.


헌데 요새는 통 첨삭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쯤부터냐고 하니, 지난해 11월 즈음부터란다. 눈치 빠른 분은 감이 오셨으리라. 맞다. 챗GPT의 등장과 함께 고수익 부업인 영문 첨삭 일감이 뚝 끊긴 것이다. 벌이가 시원찮아진 때문일까, 그가 의기소침해진 표정을 지었다.


“회화 알바는 어때요. 아직 그쪽 자리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AI가 실시간 통역하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요?”

“언젠가가 아니라 늦어도 3년 내라고 봐요.”


그가 동의한다는 듯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그와 이야기하며 언어는 더 이상 차별화한 무기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확고해졌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현지에서 전략 컨설팅 펌 MBB 중 한 곳을 다니다, 한국으로 왔다.


현재는 영어 실력과 컨설팅 펌에서 일하던 경력을 살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기업을 돕는 일을 하는데, 챗GPT가 나온 후 한국 직원들도 이제 곧잘 영어로 레터를 쓰고, 외국인과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영어로 소통할 일이 많아, 그가 뽑혔던 건데, 이제는 그 장점마저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학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지도교수 분이 과거에는 졸업 눈문을 영어로 쓰는 학생에게 단어, 문장 단위로 첨삭하는 게 전체 업무의 절반을 넘었는데, 챗GPT 등장 후 이건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논문이 담은 문제의식의 참신성, 논리 구조, 근거를 좀 더 촘촘하게 보게 됐다고 한다.


해서, 우리가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하느냐면...




다음 글이 궁금하면 구독 라이킷 부탁드립니다 ; - )

매거진의 이전글 "왜 맨날 다짐만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