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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비 Nov 21. 2023

의사 “감히 AI가 날 대체해?”

전문직 99%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전문직은 특유의 '쪼'가 있다. 겉으론 겸손한 척 하지만 “내가 낸데~”라는 자부심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특유의 쪼는 의사, 변리사,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 등 모든 전문직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기자로서 사석에서 이들을 볼 일이 잦다. 그럴 만날 때마다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지금 직업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곧잘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혹은 전문직으로 구성된 사업체의 대표에게는 "회사 내 전문직을 AI로 대체할 계획은 있으세요? 준비는 잘 돼가나요?"라고 말이다.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비슷하다. 순위권에 드는 로펌 대표 변호사든, 회계법인 대표이사든, 대형병원 원장이든 먼저 웃고 본다. "하. 하. 하." 그리곤 점잖을 빼며 말한다. "아직은 멀었죠. (문과의 경우) 가치 판단을 맡기긴 어렵거든요. (이과의 경우) 고도의 정확성이 필요한 일을 어떻게 기계한테 맡기겠어요."라는 류의 답이 돌아온다.


AI의 대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이들은 대체로 현업에 파묻혀 있다. 생성형 AI를 들어는 봤지만 챗GPT나, 바드에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의사라도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의 답은 다르다. IT를 전공한 한 회계사가 AI에 회계 업무를 처리하도록 한 후 느낀 점을 들은 적이 있다. "AI를 통해 업무를 자동화해 본 결과, 인간보다 더 방대한 자료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요약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더라고요. 인간이라면 배경지식과 규칙을 이해한다고 며칠을 헤맬 일을 AI는 그간 업무 처리 내용과 규정만 제공하면 1초 만에 학습을 완료하고,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솔루션까지 제공하더라고요. 인간 회계사의 필요성에 의문이 들었어요."


그는 "전문직의 종말이 머잖았음을 직감했다"라고 했다.


단 하나, AI에게 부족한 게 있는데 바로 몸이다. 현재 AI는 인간으로 치면 두뇌만 있는 셈이다.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물리력을 끼칠 힘은 없다. 해서, AI는 아직까지 육체노동을 대체할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의사 중에서도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 정도만이 가장 나중에 AI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내과 의사 등 영상과 종이 뭉치로 일하는 직종은 AI 시대 소멸 1순위다.


몸으로 일하는 직종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인간 육체만큼 정교하면서 내구성이 높고 유연한 로보틱스 기술은 아직까지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조명한 '로봇의 지배' 저자 마틴 포드는 AI가 등장해도 안전할 직업으로 배관공, 전기공처럼 오랜 시간 경험으로 기술을 체화한 이들을 꼽았다.


갈수록 몸으로 일하는 직업을 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업 등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해외에서 노동력을 모셔오는 형국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지만, 이런 일들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공산이 크다. 세상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직업을 갖고 싶다면 남들이 꺼리는, 몸 쓰는 일을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AI가 우리 인식의 지평과 속도를 아득히 넘어서는 방식으로 로보틱스 기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다. 그때쯤이 되면 우리는 기본 소득을 받으며 편하게 살지 않을까. 오히려 그 시대가 빨리 오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인류의 진화 역사를 보면 언제나 더 살기 좋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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