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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Jul 22. 2019

#41지구 상의 지옥 다나킬, 눈앞에서 펼쳐진 마그마

에티오피아_다나킬 사막


사람들이 에티오피아에 왜 가는지 물어보았을 때, 다나킬을 보러 간다고 대답했다.

“다나킬이 어딘데?”라고 물으면, 

“지구 상에 지옥을 표현할만한 곳이 있다면, 아마 다나킬이다”

“그런 곳을 왜 가?”

“지옥이라고 불리니까, 궁금해서”

우리를 지켜주던 군인들

다니킬 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먼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여, 버스로 13시간을 달려 도시 메켈레로 향했다. 다나킬 투어는 메켈레에서 시작한다. 메켈레 시내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다나킬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혼자서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단체로 투어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

다나킬 투어는 북쪽으로는 에리트레아, 동쪽으로는 지부티라는 나라들과 맞닿은 국경지대를 여행한다. 에티오피아와 두 나라의 사이가 안 좋아서, 여행객을 보호해줄 경찰과 군인을 고용해야 된다. 그러므로 꼭 여행사를 통해, 투어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첫날, 여행사로 집결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바로 목적지로 출발한다. 나는 18명의 인원들과 함께, 3박 4일간의 다나킬 투어를 진행했다. 지프차에 적당한 인원수로 나누어서 타기에, 탑승 시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에 더 좋았다. 3박으로 구성된 다나킬 투어의 핵심은 활화산 에르타 알레를 보러 가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유황지대

활화산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약 3일이 걸린다. 그 이동 과정에서 화산지대인 다나킬 사막의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강렬한 햇빛으로 물이 증발되어 소금이 만들어지는 소금호수를 시작으로 소금을 실으러 가는 긴 낙타의 행렬, 다양한 색깔로 드리워진 유황온천이 있는 달로 화산, 소금 결정체로 만들어진 소금산, 소금 채취를 하는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마을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낙타 카라멜

다나킬 사막이 갖고 있는 별명은 ‘지구촌의 지옥’이다. 해수면보다 약 100m 아래에 있으며, 화산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어,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아세보 주변의) 메말라진 소금 판들이다. 땡볕에서 이 소금들을 채취하는 분들이 계신다. 도끼로 소금을 깨서, 나무로 깨진 소금판을 들어 올린다. 소금판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 낙타들이 짊어지고 운반한다. 소금판 한 장에 6~7kg 정도 한다. 투어 이동 시 만나는 긴 낙타들의 행렬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들의 행렬은 정말 장관이다.

에르테 알레는 활화산으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화산 중 하나이다. 눈 앞에서 펄펄 끊어 오르는 용암 호수를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다. 도돔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에서 베이스캠프까지 3시간가량 트레킹 후, 베이스캠프에서 분화구까지 5분가량 야간 트레킹으로 이동한다.

눈으로 직접 본 마그마의 첫인상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워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베이스캠프에서 도착하면, 분화구에서 솟구쳐 나오는 마그마의 연기를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설렘은 흥분으로 바뀐다. 붉은빛을 쫓아 분화구로 향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마그마. 눈으로 직접 본 마그마의 첫인상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워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검은 어둠에 유난히 붉게 빛나는 마그마는 가히 압도적이다. 마그마와 외부 공기의 차이로 마그마 표면에 형성된 검은 층과 그 검은 층 밑을 배회하며 어디서 솟구칠 줄 모르는 마그마. 그 모습은 마치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숨 쉬는 모습 같았다.

마그마를 보고 돌아온 후, 잠깐 새우잠을 잤다. 아침의 마그마를 보러 다시 분화구로 향했다. 아침에 보는 분화구는 저녁에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는 분화구 안을 보는 순간 초코 케이크가 생각났다. 분화구의 마그마는 밤새 오븐에서 달궈진 초코 케이크가 이제 막 굳기 시작한 것처럼 말랑말랑해 보였다. 겉은 굳었는데 한 입 물면 초콜릿이 입에서 녹아내릴 듯한 초코 케이크.

다나킬 투어를 하고 나서, 다나킬에 대한 나의 대답은 많이 바뀌었다. 

“다나킬이 어딘데?”라고 물으면, 

“지구촌에 지옥을 표현할만한 곳이 있다면, 아마 다나킬이다”

“도대체 그런 곳을 왜 가?”

”지프차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에티오피아의 대지를 달릴 수 있고, 소금 호수를 향해 가는 낙타들의 긴 행렬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장관이야. 내 눈앞에 다양한 빛을 띠는 형형색색의 유황 지대가 펼쳐져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낯설지만, 아름다워. 그리고 결정적으로 살아 숨 쉬는 활화산을 내 눈앞에서 볼 수 있어. 분화구에서 솟구쳐 나오는 마그마는 넋을 잃고 바라보게 돼. 마그마의 모습을 무엇이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오븐에서 갓 구워진 말랑말랑 거리는 초코 케이크이랄까? 겉은 굳었는데, 한 입 물면 초콜릿이 입에서 녹아내릴 듯한 초코 케이크. 다나킬은, 지옥이라고 표현되기에는 정말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들로 가득 찬 곳이야. 다만 지구상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만큼, 심하게 더운 것은 사실이지. 게다가 어디를 가든 너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슈퍼스타가 될 수 있어. 그러니 에티오피아를 가면, 다나킬 투어는 꼭 한 번 가보길 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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