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공포영화, 영화평, 처녀귀신
월하의 공동묘지, 한국영화사 전설의 그 영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영광을!
코카콜라가 산타의 이미지에 빨간색을 부여했듯이 한국 처녀귀신에 긴 머리 풀고 흰소복을 입혀내서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영화가 바로 #월하의공동묘지 라고 한다. 1967년작으로 워낙 옛날 영화라 유명세 대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인데, TV에서 원작 영화 리마스터링 버전을 방영할 지 어찌 알았겠는가! 다시 10대와 20대 영화를 탐구하면서 찾아봤던 그 시절 영화매니아로 돌아간 심정으로 한국영화사 전설의 바로 그 영화를 직접 봤다.
한 많은 흰 소복 입은 처녀 귀신이 등장하는 귀신 영화라 생각하고 봤다가 완전 깜짝 놀랐다. 갑자기 튀어 나와 사람 놀라게 하거나 무서운 분위기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그런 유치한 공포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대상을 반영한 꼼꼼하고 치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부딪히는 잘만든 스릴러 영화였다. 귀신 부분을 거둬내도 영화 자체가 탄탄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귀신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고 영화 자체의 상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을 뿐 그저 그런 귀신 영화가 아니었다. 왜 전설이 되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물론 57년전 영화라 그 당시 전형적인 한국영화 틀이 깔려있어서 대사와 연기가 집중을 방해하고 편집과 효과가 거칠고 스타일이 촌스럽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가 가진 완성도와 혁신성이 가려지진 않았다. 마스터피스는 영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재능있는 신인 감독이 바통을 받아 시대 상황만 수정하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놓아둔 형태로 21세기 버전을 만들어도 대박이 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