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터미네이터, 넷플릭스
터미네이터 제로, 내 최고의 인생 영화가 #터미네이터 다 보니 '터미네이터'만 들어가면 그냥 무조건 보거나 경험한다. 매번 최고라서가 아니라 계속 실망해도 무조건 그냥 봐야만 하는 의무감이랄까?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이후 조용했는데, 한달여전 넷플릭스 예정작 중 #터미네이터제로 가 있길래 뭔가 했다. 터미네이터 신작 소식을 못들었는데, 정말 내가 아는 그 터미네이터가 맞나 싶었다. 알아보니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맞았다. 정확하게는 터미네이터 세계관을 공유하고 일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 당연히 재미를 떠나 무조건 봐야만 했고, 스케줄러에 공개 일자 표시해두었다가 바로 봤다.
한편당 30분 분량 정도 총 8개로 구성되어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1편에서 4편까지는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깔아가며 기존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을 떠오르게 재현하면서 간다. 5편부터 본격적으로 터미네이터 제로 만의 자기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터미네이터 2편 이후 나온 모든 터미네이터 영화들이 원작과 비교 당하면서 혹평을 받았는데, 글쎄 터미네이터 제로도 혹평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터미네이터를 좋아하고 동시에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일본팬이 만든 팬픽 느낌을 벗어나지 못한다. 부제인 '제로'는 말 그대로 터미네이터 1편과 2편과 유사한 시간대를 다루면서 정통성을 가져간다는 선언과도 같지만, 지금까지 나온 터미네이터 실사영화와 드라마가 겪어온 실수를 고스란히 반복한다. 뭔가 대단한 걸 보여주고 대단한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방황하다가 모든 걸 놓쳐버리는 실수 말이다. 스카이넷과 심판의 날이 존재하는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의 세계관에 여러 시간대와 캐릭터를 기대게 만들고 마치 평행우주처럼 또다른 세계를 겹치게 만들다 보니 복잡하고 말은 많지만 지루하다.
차라리 다른 거 다 그저 그래도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한 액션이라도 제대로 구현했다면 만족하고 넘어갔을텐데 앞서 말한대로 실사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따오고 재해석하는 일이 많다보니 액션을 실사처럼 그렸다. 애니메이션 액션을 실사처럼 그렸다는 건 장르적 쾌감을 포기했다는 말이다. 액션 역시 지루해졌다.
시즌 마무리를 하고 이어지는 이야기로 다음 시즌이 나올 수 있는 바탕도 깔아놓았는데, 시즌2가 나올 지 가능성도 낮아보이지만 나오면 봐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무감으로 시도는 해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