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3일차
발데즈
발데즈 아침 항구의 모습, 빙하가 녹아 바다색깔이 옥
색이다.
백야인 어젯밤부터 이어지는 해무는 몽환적분위기를 연출한다.
석유수송관의 최종 도착지, 발데즈항 맞은편 해무사이로 석유저장소들이 줄지어 있다. 북부지역에서 채굴된 원유는 석유수송관을 통해 이 곳 발데즈항으로 옮겨지고 알래스카 환경보호차원에서 원유는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이동하여 정유과정을 거쳐 다시 발데즈항으로 온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기 발데즈항에서도 우리네 태안반도에서처럼 1989년 원유 유출사고가 있었다 한다.
빙하 유람선을 타러 가기전, Prince William Sound College 의 자연사 박물관에 들렀다. 사슴과에 속하는 무스(Moose)가 입구에 떡하니 환영인사라도 하듯이 서 있는데 크기가 꽤 커서 첨엔 살짝 놀랬다. 우리가 흔히 순록이라고 부르는 카리부(Caribou)는 무스보다는 덩치가 작고 아담하다. 이들 역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곰과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종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기는 비교적 자그마한 규모지만, 알래스카 지역의 다양한 박제동물들과 그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의 실제 생활이 어떠할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콜롬비아대빙하 유람선투어, 10시에서 4시 30분정도 거의 6시간동안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이 속도를 내면 바람이 제법 세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빙산의 일각(tip of the iceberg)이란 말인가!
7월이 더 많은 빙하와 바다위를 떠다니는 유빙이 있을 듯하다. 빙하는 녹아 유유히 이 알래스카만의 태평양을 유영중이다. 푸른색을 뛸수록 더 오래된 빙하다.
설산을 배경으로 유빙을 따라 가다보면 이렇게 콜롬비아 대빙하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마치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서 정착지에 이르듯, 유영하는 빙하는 조각품을 감상하듯 상상력을 자극한다. 빙하가 녹아 떨어질까봐 유람선은 일정 거리이상 접근하지 못한다. 잠시 거리를 유지하며 대빙하를 감상한다.
돌아오는 길에 안전요원이 뜰채로 빙하조각을 떠서 가져온다. 흥분된 마음으로 빙하조각을 손으로 잡아본다. 그냥 얼음덩어리였음에도 혹시 몇 만년동안 갇혀 있었을 지도 모를 빙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빙하입자가 궁금해 확대해서 찍어봤다.
다시 발데즈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물줄기를 내뿜고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래, 운좋게 한 쌍이 물밖으로 나왔다 들어간다. 이 밖에도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바다사자들의 울음소리, 빙하위에서 쉬고 있는 귀여운해달까지 해양생물들의 모습을 편히 볼수 있다. 마치 ‘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하면서 말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듯 착각하며 살아온 듯하다. 여기는 그들 세상에 인간이 잠시 머물면 그들은 ’재네, 또 왔네‘ 하며 별다른 반응없이 잘 지낸다.
오히려 인간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여기저기서 망원경을 꺼내 그들을 엿본다. 이 투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미리 망원경을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그들이 그들 세상에서 행복할 때, 우리 인간도 우리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구 생명체의 평화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