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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젤라 Sep 19. 2023

알래스카여행기

발데즈

연어의 일생

콜롬비아 대빙하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도착한 곳은 연어가 생을 마감하는 곳이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는 곳이기도 한 연어들의 최종 귀착지(Salmon Sanctuary & Hatchery )

펜스를 따라 올라가는 이 길이 보통 길이 아니다.

여기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분기점!

왼쪽으로는 바다, 오른쪽으로는 강물.

바다에 방류되고 바다에서 평균 3년정도 살다가 다시 이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죽기 살기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 인공 수문장 턱을 넘지 못한 친구들은 가차없이 곰과 바다사자, 갈매기들의 밥이 된다.

본능적으로 아는지 여기서 밥이 된 친구들은 알을 낳지 않고 생을 마감한다.

인공 수문앞에 엄청난 양의 연어떼들이 모여 있다.

여기 바다사자들에게는 풍부한 먹잇감이 넘쳐나는 일종의 식당같은 곳이다.

먹이가 풍부하니 바다사자들끼리 싸움도 없고 배부른 건지,게으른 건지 모르게 입벌리고 가만히 있는 바다사자도 있고 연어의 머리부분만 잡고 하나, 둘, 고개를 한 번 흔들면 연어 머리부분만 쏙 빼먹고 던지면 갈매기떼들이 엄청나게 덤벼든다.

마치 대게를 누가 발라주면 대겟살을 쏙쏙 빼먹듯이 바다사자와 갈매기한테는 나름 역할분담이 잘되어 있다.

이런 연어떼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바다사자와 갈매기가 없는 곳으로 가서 이쪽, 이쪽! 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그렇게 수문을 넘어 강쪽으로 진출한 연어는 확실히 수는 줄었지만, 수문을 넘은 연어떼도 만만치 않은 양이다.

강물을 거슬러 제2의 경기장에 입성한 연어떼들.

펜스안 풍경이다.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이미 엄청난 유속을 이기고 왔겄만, 지금부터는 오르막물길을 헤쳐올라가야 한다.

이 역시 보통 난관이 아니다. 더 좁은 수문만이 열려져 있고 많은 연어떼들이 이 좁은 수문을 통과해야 한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막힌 수문앞에 모여있는 연어떼들이 쉬고 있는 듯,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제2관문에 입성한 이 친구들은 최소한 바다사자와 갈매기같은 천적의 공격에서 벗어나 안전을 확보한 셈이다.

이런 연어떼들을 보고 있자니, ‘니네 왜 이렇게 힘들게

사니?‘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썩 편하지 않았다.

‘그래, 너무 힘쓰고 살지 말자’ 하는 생각과 거의 동시에 이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떼들을 보면서 ‘ 그래, 그래, 여기!  여기! , 조금만 더! , 더! , 화이팅!! ’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그 힘든 계단을 다 거슬러 올라왔나 싶었는데 이 곳은 계단이 없는 이들의 최종목적지인 인공부화장(Hatchery) 바로 앞 펜스! 여기까지 왔다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어이없게 여기 펜스사이에 걸려 죽는 녀석들이 있다. 참으로 쉽지 않다.

드디어 도착한 인공부화장!!

천신만고끝에 왔다해도 오는 과정에서 mating에 성공하지 못한 애들은 알을 낳지 못하고 여기서 수컷의 정액과 섞어 말 그대로 인공수정을 시키고, 성공한 애들은 직원들의 칼날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연어알을 뿜어내고 생을 마감한다.

이제서야 그들의 소임을 완수한 친구들은 그들의 살을 인간에게 내어준다.

여기서 부화된 알이 Incubation building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다시 바다로 방류되고 이들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이 곳을 또 죽기 살기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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