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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pr 22. 2024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글/해랑 그림 / 사계절/ 2022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이야기 No1.


  채린이는 어느 일요일 밤. 엄마에게 뜻밖의 소식을 듣고 생각한다. 행주 기씨 무슨 파 종손이던 기소영에 대해. 자손이 귀해 걱정이라는 기씨 집안에 대해. 

  <기소영의 친구들>이라는 동화를 읽으면서 어릴 적 동생의 반 친구에 대해 생각했다. 기소영은 교통사고로 육학년 때 친구들 곁을 떠났고, 동생의 반 친구는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떠났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동생도, 동생보다 고작 몇 살 많은 나도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동생은 그저 학교에 가니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의 자리에 흰 국화꽃이 놓여있었고, 담임 선생님이 수업을 하지 못하실 정도로 엄청 우셨고, 그날 그런 선생님을 보고 자신은 물론 반 친구들까지 선생님과 함께 펑펑 울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같은 반 친구이긴 했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눈 적 없는 그런 친구였다고 했다. 

  어머니 또한 그 소식을 듣고 며칠 후 있던 그 친구의 장례식에 동생의 같은 반 친구 어머니들과 함께 참석했는데 그날 동생의 반 친구 선생님은 몸을 못 가누실 정도로 울었다고 하셨다. 어른들에게조차 죽음은 그런 것일진대, 아이들이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기소영의 친구들>이란 동화에 대해 읽기 전에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채린이는 친구인 소영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실감하지 못한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이들은 처음에는 바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저 어디 잠깐 멀리 간 것만 같다. 아주 멀리 갔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그래서 눈물이 바로 나지 않는다. 바로 실감을 못하니까. 채린이는 왜 소영이가 죽었는데 슬프지 않은지, 자신은 그만큼 소영이와 그만큼 친하지 않은 것인지 당황스러워한다. 성인이 되어 겪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서도 이럴진대 고작 육학년인 소영이가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당황스러움은 내가 느꼈던 너무 날것의 그 감정이라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떠난 이의 부재에 대해 깨닫게 된다. 

  채린이 역시 조금씩 일상에서 소영의 부재를 깨닫게 된다. 마치 원래부터 빈자리가 없었던 것 같은 교실에서 채린이는 소영의 부재를 느끼고, ‘기소영 그룹’이라고 불리던 친구들을 누군가 끈끈하게 지탱해주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렇게 소영이의 부재를 느끼게 된 채린이는 ‘기소영의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채린이, 연화, 영진이, 호준이. 소영의 친구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리고 함께 소영이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전개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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