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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Dec 26. 2018

커피값이 비싸서 써보는 나의 하루

7시쯤 눈을 뜹니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면서 1시간 정도 몸을 뒤척이고 핸드폰을 뒤적이면서 보냅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포기하곤 합니다. 8시쯤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요즘은 친구 부모님의 일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10시부터 5시까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반복적인 작업에 몸을 맡깁니다. 생각할 일이 없어서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한 시간입니다. 5시에 일을 마치면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맡깁니다. 책을 읽고 졸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집으로 도착한 뒤 커피 필터를 사러 집 근처의 대형마트에 들렀습니다. 북적이는 마트 속 직원분께서 활기찬 목소리로 외치는 목소리가 들니다. "떡갈비가 할인 중! 10장에 만원에 드립니다." 그렇게도 슬픈 날인데 떡갈비의 냄새가 너무나 좋아서 갑자기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좀먹어가는 절망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슬퍼하고 있을 때에도 배고픔을 느끼는 스스로가 너무나 보잘것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슬픔은 고작 10장에 만원일 뿐입니다.


버스 정거장에서..


커피 필터를 사고서도 이 기분으로는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근처의 3층짜리 대형 커피집에 들어갔습니다. 넓고 한적한 공간에서 머무르면서 마음을 좀 추스르고 들어갈 목적이었습니다. 따뜻한 라테 한 잔을 주문했는데 5,800원이라는 가격이 찍혔습니다. 그런 비싼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들을 떠올리면서 순간 불쾌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커피를 받고서 평소에 잘 뿌리지 않는 계피 가루도 팍팍 치고 3층의 한적한 공간에 자리 잡았습니다. 책을 읽고, 대각선 자리의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의 뒤엉킴도 흘긋 거리며 구경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쓰고 있는 소설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쓰고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5800원짜리의 커피가 삼분의 일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어쩐지 부아도 치밀고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이 커피를 다 마시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자리를 고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불쾌하고 쪼잔한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 독자님들께 안부 인사를 전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서하지 않으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빌어봅니다.

글 쓰는 일이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브런치에 정해진 분량을 정해진 시간에 쓰겠다!'라는 마음가짐보다는 쓰고 싶을 때 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복잡한 기분을 전달하는 것이 괴로워서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각자에게는 각자가 감당해야 할 슬픔이 있고 그것을 글로 승화시킬 힘도 능력도 저에겐 부족했으니까요.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말했습니다. 불안을 이기기 위해서 이성이 존재한다고요. 저도 요즘은 이성으로 불안을 억누르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정이 되면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마냥 멍하니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기회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다양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중구난방으로 뻗어있던 생각과 주제들 중 하나를 정해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 여자의 평범한(?) 사랑이야기입니다. 아마 반년 정도 혹은 그 이상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에세이를 준비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서 이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생각 중인 주제를 가지고 익명으로 인터뷰를 할 생각입니다. 주제에 관한 저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을 문답 형식으로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할, 별로 접점이 없는 사람들을 모집하려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집돌이인 편이라서 이 부분이 꽤나 힘든 부분입니.(혹시 원하시는 분 계시는지?) 인터뷰 에세이는 1월 달 즈음부터 올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달이 탁한 먼지 때문인지, 아니면 슬픈 마음 때문인지 모를 하루였습니다. 부디 독자님들은 즐거운 하루를 보내셨기를, 혹여 힘든 나날을 보내시고 계시더라도 그럭저럭 이겨내시길. 그런데 또 이겨내지 못하면 또 어떤가 싶습니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요? 흠... 그럼 저는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이만 가야겠습니다. 결국 커피는 남았네요. 커피를 너무 찔끔거리며 마신다는 잔소리가 생각나 웃음이 납니다. 그럼 다들 안녕히 주무시거나 혹은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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