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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Sep 02. 2019

친구의 아기

작년에 친구에게 아들이 생겼다. 저녁 7시 즈음인가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친구는 약간 상기되어있으면서 동시에 피곤해 보였다.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친구는 "신기해."라고 짧게 대답했다.

아기가 만나는 첫 번째 외부인이 나라고 했다. 물론 '친구와 산모, 의사와 간호사 들을 제외한 첫 번째'라는 제약이 붙지만, 출산을 하자마자 아기를 보러 온 양가 부모님들은 아기의 면회시간이 엇갈려서 돌아갔으니 지인들 중엔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괜찮을까? 열 손가락에 드는 마주친 인간 중 하나가 나라도? 좋은 것만 봐도 아쉬운 아기에게 핵전쟁 후 처음으로 수확한 오이 같은 내 얼굴을 보여줘도 되는 걸까? 나는 불안한 마음에 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아기를 만나도 괜찮을까?"

"그럼. 면회시간에는 괜찮아."

친구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싶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커다란 방음유리 안으로 아기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에 잔뜩 불어서 쭈글쭈글해진 엄지손가락들처럼 보였다. 친구는 간호사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고 간호사는 엄지 손가락 중 하나를 안고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유리벽 너머로 곤히 잠들어있는 엄지에는 친구의 눈, 코, 입이 그대로 박혀있었다.

"와... 작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옆에 아기들은 이미 다 컸어. 머리카락 자란 거 봐봐."

"야... 머리카락은 없어도 니 아들이 제일 잘생겼다." 나는 속삭이면서 말했고 친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렸다.


아기를 바라보는 10분 동안 나는 끊임없이 감탄사를 내뱉고 아기는 쉴 틈 없이 꼼지락거렸다. 아기를 다시 돌려보낸 뒤 우리는 몇 마디 짧은 대화 후에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기의 꼼지락 거림을 떠올리, 나는 나와 친구의 시간이 흘러가고 그에 맞춰 지구는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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