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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거 Oct 08. 2021

#2. 이십대 후반에 방황은 좀...

제에목은 커리어의 시작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방황을 곁들인...

'스스로 주체가 되는 일을 하자'는 목표를 위해 방황하면서도 하나 둘, 일을 배워가기 시작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글을 써본다.




1. 일을 하기 위한 역량을 쌓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억을 거슬러 그때를 조심스럽게 회상해보면 대학생의 나는 강연을 좋아했다.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삶'을 추구했던 나는 강연에 올라오는 연사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나 외부에서 진행하는 강연에 자주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과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전달하는 그들이 멋있어 보였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무렵 활동하던 창업동아리에서 외부 연사를 초청하여 진행하는 강연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강연을 좋아했던 나는 그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보통의 동아리가 그렇듯 명확한 R&R없이 주어진 일을 모두 함께 처리했다. 그렇게 아마추어지만 교육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여러번 가지게 되었다.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데, 행사를 총괄하던 회장이 행사의 사회를 맡게되어 행사 운영 총괄을 위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순간에 시야가 트이는 경험을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분명히 같은 형식의 행사를 전에도 여러번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달라지니 그 행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스텝들의 동선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고 행사 운영에 빈 곳이 어디인지도 명확히 보였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스텝들에게 지시하는 한편 누가 열심히 하는지 누가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지도 보였다. 그 행사가 끝나고 나는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들어주는게 자리인 것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나는 여전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실무 역량을 쌓았다.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활동을 한 것은 아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보니 관련 경험들이 쌓이게 되었다. 역량이라해봤자 대학생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유시민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게 아니라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말에도 공감한다.




2. 얼떨결에 일을 시작해버렸다


어느덧 졸업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이제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삶'의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길이 창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없다는 말을 했지만 사실은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런 전쟁터로 뛰어들기엔 스스로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얼떨결에 입사하게 되었다. 지인을 통해 제안을 받았고 졸업과 동시에 결정을 했던 것 같다. 서로의 니즈와 타이밍이 맞아 자연스럽게 입사가 이루어졌다. 업무는 창업을 카테고리로 한 다양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였다. 해 본 일이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지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나는 첫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3. 업무 스타일을 지탱하는 최우선 가치


본격적으로 일을 하면서 느낀건 내가 일을 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게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따진다는 것이다. 더 빨리 하는 법은 없나? 더 저렴하게 하는 법은 없나? 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전부 귀차니즘에서 기인한 것이긴 하지만 전보다 쉽고 편하게 일한다는 쾌감과 같은 결과를 더 적은 리소스로 낸다는 성취감은 일의 즐거움을 느끼게하기 충분했다. 사회초년생이 만들어낸 프로세스의 효율화가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겠냐만은 그 스타일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성장해 왔기때문에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교육에 사용할 교구 키트 상자를 더 저렴하게 사는 것에서까지 성취감을 얻었으니 말 다한거 아닌가.


그렇지만 효율을 따지는 것이 항상 장점인 것은 아니다. 예를들면 10시간해서 90을 해냈는데 나머지 10을 채울 수 있지만 10시간을 더해야한다면 90에 만족해버리는 식이다.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했을때만 누릴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는데 이런 선택이 가끔은 스스로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효율을 따지는 것이 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할 것은 이 장점이 주요한 장점으로 작용하는 업을 선택하고 프로세스를 세팅하면 되는 것이다.


효율 좋은게 최고




4.  창업 교육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쌓다


첫 회사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대부분은 창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으며 3시간짜리 강연에서부터 5일 연속 운영하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 2박 3일 진행되는 창업 캠프까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기획하고 운영했을뿐 아니라 직접 사회를 보고 교육을 맡을 때도 있었다.


재미있었다. 생각한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 할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연사에게 컨택할 수 있다는 것, 운이 좋아서 섭외가 되면 관계를 맺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횟수가 반복될수록 기획보다는 운영에 치우쳐진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매번 교육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행사장을 세팅하고 현수막을 걸고 포스터를 붙였다. 행사가 끝난 후 청소와 물품의 정리했고. 며칠간 진행되는 캠프가 있으면 제일 먼저 일어나 참가자들이 모두 잠들때까지 관리 했으며 모두 잠든 이후에 다음날 준비를 위한 회의를 했다. 어쩔수 없는 업의 특성이었다. 그런 회의감이 들즈음에 회사 내에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5. 가치를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퇴사를하고 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도전이라는 이름의 방황이었다. 강연을 좋아했던 나는 강연가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되고 싶었다. 알아보던 중 강사 양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고 교육을 듣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올라갔다. 서울에서 교육도 듣고 스피치 학원도 다니며 강사의 길을 알아봤고 6개월만 노력하면 강연가는 아니라도 강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후로 2년간은 정말 방황의 시간이었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다. 서울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NGO에서 일하기도 했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창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계약직으로 들어갔던 NGO에서는 능력을 인정 받아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정규직 제안을 받았고, 얼렁뚱땅 시작한 창업은 매출이 발생하는 수익 모델을 세가지 정도 구축했었다. 강사로 일할 땐, 담당 지역을 총괄하는 총괄 강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하나 꾸준하게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라도 진심을 가지고 꾸준히 했으면 스스로 인정할만한 좋은 성과를 냈을 것인데 그때는 왜 그게 안됐는지. 불안한 마음에 하나를 하면서도 눈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모든 경험이 지금의 밑거름이 되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6. 방황의 끝


한번만 더 대학생때의 이야기를 하겠다. 앞서 말했다시피 '스스로 주체가 되는 일을 하자'는 결론을 낸 나는 취업이라는 길이 아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었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하면서도 스스로 확신이 없었는지 마음이 항상 불안했다. 그 불안때문에 될것도 안될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시간을 부여했다. "앞으로 5년은 내가 하고싶은대로 원하는대로 살아보고 그래도 답이 안나오면 그때는 군말없이 취업을 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때 나이가 스물 다섯이었다. 그 이후로 앞서 말했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어느새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는 방황을 끝내야함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때즈음에 우연한 기회를 만났다. 계획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신기할만큼 상황이 잘 풀려 방황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지나고나서 생각할때마다 우주의 힘이 도왔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은 참 신기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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