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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면 Dec 27. 2018

누군가의 여행

그 아름답고 고고한 여행은 너 혼자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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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맛있는 오리국수였다. 작은 섬안에서 몇 안되는 맛집이었다. 주문한 국수가 나왔다. 그날도 나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핸드폰으로 열심히 음식사진을 찍어댔다. 그 때, 그 친구가 다 찍었어? 하고 물어왔다. 찰칵찰칵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던 차였다. 순간 찾아온 멋쩍음에 "너는 안 찍어? 너도 찍어." 했더니


 난 그런 거 안 찍어.
진짜 맛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그리스 하니아에서 먹은 인생 파스타

라고 했다. SNS 업로드를 위해 좀 더 맛있는 각도로, 맛있어 보이는 필터로 이리저리 몇 방 더 찍고싶었지만 이상하게 그 아이의 그 말에 눈치가 보여 스윽- 폰을 집어넣었다. 아이가 말한 "그런 거"가 뭔지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당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기에 또박또박 강조해가며 써놓은 걸 보니 그때의 내가 상처받은 말임에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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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동행을 만난적이 있었다. 여대생 2명과 내 나이 또래의 남자 동행 1명. 늘 그렇듯 '얼마나 여행하세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어디 가세요?' 3종세트 단골 질문이 나왔고- 배낭여행이 처음인 여대생 친구들은 본인들은 정확하게 여행 몇 일차 라고 본인들을 소개했다. 나는 내 여행 일수를 카운팅하지 않거니와 진짜 몰라서 "저는 집 나온지는 한 1년 정도 됐어요." 라고 하니 "헐-대박!" 하고 깜짝 놀란다.

 

전형적인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사진과 구도. 쿠스코에서

 그 멤버들과 하루정도 일정을 같이하게 되었다. 여대생 2명 친구들을 보니 내가 저 나이때 첫 배낭여행을 간 것도 기억이나고, 작은 걸 봐도 우와! 놀래는 모습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둘의 인생사진을 주겠다고 여러가지 각도로 사진을 찍어줬다.

근데 같이 있던 남자동행은 본인은 사진을 안찍는단다. 그때부터 뭔가 쌔했다. 그 날 밤. 그 남자동행과 같은 숙소였던 나는 맥주를 한잔 하게 됐는데, 그 남자동행의 말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본인은 그렇게 사진찍는 거 안 좋아한다고. 카톡프사바꾸고 d+며칠 하는 거 안한다고. 본인도 많은 나라를 다녀봐서 아는데 저런 "찍기"식의 여행은 진짜 여행이 아니라고. "너도 알겠지만" 이라고 덧붙이는데... 순간 참 좋게 보였던 동행이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많은 나라를 다녀봤던 친구여서 아는 것도 많고, 추천도 많이 해주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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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본인의 여행이 있다. 그 여행을 누가 누구마음대로 진짜다 아니다, 좋다 아니다 평가할 수 있겠는가?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을 올리는 여행은 진짜 여행이 아니고,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가서 눈에만 담아오는 여행이 진짜 여행인가?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놓고 카페에서 글쓰기. 내가 제일 행복을 느끼는 순간. 그냥 이게 내 여행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논리로 또 그 사람이 생각하는 여행의 가치를 맞다 틀리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입 밖으로 꺼내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언사는 하지말자는거다. 이게맞다, 저게맞다- 하는 꼰대짓은 하지말았으면 좋겠다. 그 거룩한 여행은 혼자 많이하시고... 제발 여행까지 나와서 남이 뭘 하든 그건 그 사람만의 여행이니- 맞다 아니다, 판단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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