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영국 국립극장 연극 NYE
아뉴린 나이 베반 Aneurin Nye Bevan (1897-1960) 전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 총리가 아니었음에도 영국에 큰 영향을 미친 정치인으로 언급된다. (국립극장 공연 소개 중) 노동당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개혁으로 여겨지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보건서비스를 설립한 인물이다.
2024년 3월, 영국 국립극장에서 베반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NYE'가 공개됐다. Tim Price가 쓰고 현재 영국 국립극장 예술감독인 Rufus Norris가 연출했다. 병원 침대에 실려 등장하는 주인공 '나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잠옷 차림에 맨발이다. 연극의 모든 장면들은 사경을 헤매는 '나이'의 꿈이다. 심하게 말을 더듬어 선생님에게 혼날 때 그를 지켜주었던 어린 시절 친구 이야기부터 어떻게 배우자를 만나게 되었는지 등 인간적인 인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담았다.
NYE의 정치 인생을 다룬 책과 국가보건서비스 팸플릿으로 꾸며놓은 서점 매대 '나이'는 광부의 자녀 열 명 중 여섯째로 태어났고 형제 중 넷은 어릴 적 사망했다. 탄광촌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해 정치에 입문하고 당돌하게 처칠을 비판해 영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된다. 그럼에도 의회가 진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호소를 멈추지 않는다. 구급차가 없어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집에 오고, 생계 때문에 치료를 받기보다 일을 해야 하고, 야간 간호사가 없어 아픈 아이들이 더 어린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시절. '나이'는 보건부 장관을 제안받는다.
'나이'는 작은 광산 마을에서 시작한 모델을 국가에 적용시키려 한다. 병원을 국유화하여 보건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모든 의사는 등급별 급여를 받고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병원들은 기부금과 교육에 대한 명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는 구조를 바꾸고자 한다. 노동당 정부는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주장했지만 '나이'는 모든 병원을 한꺼번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고수한다.
의료 시스템 변경에 가장 큰 반대자는 의사들이다. 의사들의 말은 영상으로 처리된다. 마스크와 모자로 눈만 보이는 의사들이 말할 때는 입만 클로즈업되어 커다란 천에 투사된다. 의사들은 저마다 다른 요구를 한다. 의사협회와 대면한 새 보건부 장관 '나이'는 새로운 국가보건서비스를 시행하면 의사들이 가난한 지역에서 일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의사들을 설득한다. 그는 진료를 사고팔 수 없도록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모든 보건부 장관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던 의사협회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가능한 요구 뒤에 숨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사협회 배후에는 처칠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다. (연극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인물) '나이'는 결국 의사들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보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다. 처칠은 의료 대란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보건부 장관 베반은 1948년 영국 국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주택이나 의료 서비스 대신 '존엄성 Dignity'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이'는 존엄성 없이 50대에 죽어간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가 고통 속에 그를 찾을 때, 그는 더 유용한 것을 찾겠다며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이다. 아들은 다시 만난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광부였던 아버지 손에는 작은 램프가 들려 있다.
"내가 사람들을 돌봤지?"
아버지는 말없이 램프를 들어 올린다. 주변이 밝아진다.
관객들의 존경을 담은 기립박수 속에 커튼콜이 이어진다. 공연 중에 병원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의회가 되기도 하는 커튼 사이로 하얀 천이 드리워진다. 자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NHS가 출범한 지 10년 만에
영아 생존율 50% 증가, 기대 수명은 12년 증가했습니다.
매일 130만 명이 지불 능력이 아닌 임상적 필요성에 기반하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