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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Bono
Oct 21. 2024
낙타가 되는 밤, 그리고 아침
이우환 - 바람과 함께. 1989
낙타가 되는 밤
,
그리고 아침
바람이 깎아 낸 지구의 등뼈를 밟는다
나는 경전을 등에 진 낙타가 되어
달빛 숨어든 모래 언덕을 오른다
반월의 상흔이 베어낸 길 위
앙상해진 사구들을 더듬는 바람길 사이
꽃이 가시로 피어난 길이 열리려나
가만한 바람이 침묵을 깨운다
잊힌 영광만이 恣黙의 흔적으로 남은
관음도의 미소를 더
듬는다
이울어져 가던 왕조는 봉인을 바랐건만
안식을 깨뜨린 손
길 앞에
지키지 못한 날들은
흩어져 전설이 된다
경전을 삼킨 이들이 깨어나
까마득한 하늘의 별이 되어 내리고
사구는 파도가 되어 나를
덮는다
김환기 - 10만개의 점. 1973
온전히 알지 못한 것들의 무덤 앞에서
가시나무를
씹는 밤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
떠도는 존재들이 내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꿈꾸던 중이었을까
잔도 위에 남을 거인의 묘비명인가?
지루한 삶의 탈피를 위한 羽化인가?
바람결 따라 날아온 타루초를 본다
오래전 만트라를 삼키다 터져버린 숨
잠에서 깨어 마주한 잔별 흩어지고
희붓한 여명이 베어버린 혹을 두고 일어선다
카슈카르 잔설과 무카무 음률을 털어내고
발끝에 고인 모래를 밟고
봉제선에 쓸린 살갗을 문지르며
인간의 옷을 고쳐 입는다
나의 원형은 어떤 얼굴로 사막을 걷고 있을까
등짐을 바꾼 낙타, 아침을 밀어내며
오늘도 거울을 피한다
루시 코즈 엥겔만 - When the midnight Sun Blooms. 2022
월간 모던포엠에 제 시 2편이 실렸습니다. 같이 나누고 싶어 올렸어요. 월요일만 되면 왜 억지로 인간의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다른 종의 생명체인 것 같죠? 제가 말이죠. 저는 아직 사막 위 모래폭풍 아래 잠들어 있는 낙타 같은데 말이죠. 엉덩이에 뿔난 낙타가 되어 들로 산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버팁니다. 오늘도 우리, 잘 버텨내길 바라면서 응원드려요. 아자, 아자!
* 같이 듣고 싶은 곡
Bagjan Oktyabr - Soul Therapy
https://youtu.be/DZteznd47B4?si=kQAbJe5o0Dat_C87
*표지사진 : 이우환 - 대화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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