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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Oct 15. 2022

진짜 우리 애를 사랑한다고요?

업보 (1)

"Everyone loves Hoya! He is awesome!"

호야가 High Tech으로 전학 오면서 선생님들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다.

근데 나는 저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진심으로 믿고 싶었지만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내 자식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내 눈에는 장점이 안 보인다. 고쳐야 할 허점 투성이다.

내 눈에도 이럴진대, 타인들 눈에는 어찌 비칠까.. 하는 안타까움에 아이에게 칭찬의 말보다, 항상 지적하고, 야단치고, 잔소리하는 일이 많았다.


근데 이런 아이가 AWESOME 하다고?? 당최 믿을 수가 있어야지 원.

서양인들 특유의 과장과 '되도록 타인에게 듣기 싫은 말은 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에티켓, 그리고 진심을 잘 보여주지 않는 습성이 버무려진 형식적인 말 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생일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아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성의 있는 선물들을! 생일파티는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도!


12월 26일부터 약 1달간 내 생일! 모드

우리 아들 생일이 2월 초인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 녀석은 스스로 생일 모드로 진입한다.

연말 연휴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면 이제 생일이 며칠 남았는지 가족들과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강제 주입을 하고, 생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나름 계획을 짜는데, 보통은 학년 전체와 선생님들 수에 맞추어 도넛을 사달라고 주문한다. 동학년 친구들과 도넛을 나눠 먹으며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는데, 중학교 때는 친구들이 보통 노트를 북북 찢어 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림은 수준급들이다. 이 아이들에게 노트는 그 어떤 고급 카드지보다 쿨한 카드 재료가 된다) 그렇게 카드에 캔디 정도 받아오는 게 전부였는데,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스스로 돈을 벌게 되자 꽤 제대로 된 선물들을 받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은 그 아이들에게 선물을 따로 안 했는데도 말이다!


8학년 때 친구들에게 받아온 카드들


11학년 때 받아온 선물들

11학년 생일 때 친구들에게 받아온 선물들이다. 레고 기프트 카드와 각종 스낵이랑 캔디들, 심지어 호야가 정말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도 받아왔다. 심지어 현찰 $5를 선물로 준 친구도 있었다.


사진 속의 에미레이트 항공기 모형은 선생님이 주신 선물이었다. 매년 우리 아들은 선생님에게도 저렇게 선물을 받아왔는데, 중학교 때 잭 선생님이 주신 레고북 이후로 제일 좋아했던 선물이 바로 저 항공기 모형이었다.


이 선물들은 모두 고른 이들의 성의가 느껴졌다. 그래서 뭉클했고 또 고마웠다.

여기에 더해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들도 들렸다.


HTHI Talent Show의 단골 가수

매 학년 학기말에 학교에서는 Talent 쇼를 하는데, 우리 아들은 단골 가수다.

8학년 때 The Final Countdown으로 무대 맛을 한 번 보더니, 매 년 학년 말 행사에 나가 노래를 불렀다.

.. You are the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Dancing queen
Feel the beat from the tambourine, oh yeah
You can dance
You can jiv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Ooh, see that girl
Watch that scene
Digging the dancing queen..
-ABBA의 Dancing Queen의 가사 중 일부


주니어였던 작년에는 ABBA의 Dancing Queen을 불러서 방년 17세인 친구들과 떼창으로 무대를 화려하게 마무리했으며, 이제 매 학기말이 되면 아이들은 대체 올 해는 호야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 궁금해한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호야가 졸업하면 이제 호야의 노래를 들을 수가 없으니 졸업을 하더라도 초대 가수로 꼭 오게 해달라고 교장 선생님에게 부탁까지 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쯤 되니 어쩜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내 의심이 걷힌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


2022년 10월 14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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