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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Oct 22. 2022

My Best Friend, Mateo

업보(2)

내 친구 마테오

올 2월이면 만 18세 성인이 되는 우리 아들에게 ‘베프’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 마치 유니콘과 같은 존재였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다른 이들은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존재에서 우리에게만 유니콘이라는 게 다를 뿐.  친구도 만들기 어려운데, 베스트 프렌드가 생길 리가 있나!

그런데 그런 존재가 정말 생겼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소개된 적 있는 친구, 마테오가 바로 그런 존재이다.


호야의 베프 마테오를 이 글에서 정식으로 소개하겠다.

우리 아들과 동갑내기인 Mateo Mori (이하  마테오 모리)는 현재 우리 남자 워터폴로팀 주장 중 한 명이다. (우리 학교 워터폴로팀의 주장은 전통적으로 12학년 시니어 2명이 맡는다. 올해 남자 워터폴로팀 주장들 역시 시니어로, 호야와 동갑내기 친구인 Mateo와 Logan인데, 호야까지 해서 이 세 명이 시니어 학생의 전부이다. 호야는 1군인 Varsity 멤버도 아니지만, 작년 코치님이 배려해 주신 덕에 올 해 Co-captain으로 임명되었다.)


마테오는 운동팀 주장답게 워터폴로 실력과 승부 근성도 대단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예의도 바르며 리더로서의 자질도 뛰어나다. 인물도 좋은데다 성적도 좋고, 워낙 성실한 녀석이라 볼 때마다 엄마 미소가 지어지는 젠틀맨인데, 이런 친구가 우리 호야의 베프가 되다니! 나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마테오와 호야가 주니어였던 작년 시즌이 끝나고, 마테오가 친구들을 대거 불러 파티를 했는데, 호야도 초대되었다. 이 파티가 호야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초대받은 파티였다. 마테오에게 울 호야는 적어도 One of Them은 되는구나.. 싶어 흐뭇했었는데, 시니어가 된 올 해는 둘 사이가 더 좋아졌다.

학기 초에 두 녀석이 텍스트를 주고받으며 쑥덕거리더니, 두 가족들이 함께 바닷가에 피크닉을 하러 가자고 제안해서 두 집이 서핑과 바디보드를 타고 즐겁게 놀다 온 적이 있다. 호야에게 있어 하교 후, 마테오네 집에서 놀다가 마테오기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고 워터폴로 훈련을 가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지난 금요일에도 호야가 마테오네서 놀다가 워터폴로 훈련에 갔는데, 저녁으로 마테오가 fried egg and rice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보니, 아마도 호야가 마테오에게 제일 자신 있는 요리인 계란밥 레시피를 전수했던 것 같다. 하하


친절한 모리씨네

마테오뿐 만 아니라, 마테오의 엄마인 Alejandra Mori (알레한드라 모리)씨와 아빠인 Rodrigo Mori(로드리고 모리)씨도 아주 유머러스하며, 친절하고, 경우 바른 분들인데, 이 분들도 우리 아들을 그렇게 이뻐한다. 이제는 두 가족이 정말 친해져서 지난여름 한국으로 출발할 때 로드리고가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었다. 로드리고는 우리 부부를 볼 때마다 '대체 언제 우리 별장이 있는 빅베어 레이크에 놀러 올 것이냐!'며 묻는다.

하다못해 마테오네가 키우는 개 츄로도 우리 호야가 놀러 가면 그렇게 좋아한다고 한다. (평소에 츄로는 간식을 한 개 씩만 먹는데, 호야가 츄로에게 간식을 주는 재미를 알아 여러 번 주고 싶어 한단다. 츄로 입장에서야 두세 번씩 간식을 먹으니 호야가 좋을 듯도 하다)

모리씨 가족 모두 우리 호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예뻐하는데, 그들의 이런 마음이 감사해서 나도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이 가족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모리씨 부부는 나에게 호야의 장점에 대해 항상 칭찬하고 어떻게 하면 호야가 더 나은 미래를 갖게 될지 함께 고민해주는 타인들이다. 이런 면면들이 단지 형식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내 자식 일처럼 생각하는 그들

주니어 인턴십을 구하던 작년 초,

우리 아들의 인턴십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던 몇몇 회사들이 오미크론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고등학생 인턴십 자체를 취소하거나, 혹은 버츄얼로만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우리 아들의 특성상 온라인으로 인턴십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기에, 우리 부부와 선생님들은 in-person이 가능한 인턴십 자리를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주변에서 우연히 모리씨네 부부를 만난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하소연했다. 우리 학교가 마테오네 학교보다 3개월 먼저 인턴십을 나가기 때문에, 인턴십을 구하는 문제는 그들에게 있어서도 큰 관심사였고, 나 역시도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라 별 뜻 없이 호야의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던 로드리고가 제안을 하나 했다.


평소에 호야가 기차와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고, 그러므로 호야가 이 쪽과 관련된 인턴십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신도 생각한다며, 자기 친구 중에 AirBus 북미 지역 애프터 서비스 당당자가 있다며 그 친구가 마이애미에서 일하고 있는데, 혹시 그쪽에서 원하며 마이애미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나는 인턴십이 가능하다면 마이애미가 아니라, 프랑스 뚤루즈도 갈 수 있으니, 제발 한 번 물어봐나 달라고 이야기했다. 며칠 후 그는 나에게 지금 당장은 그쪽도 고등학생 인턴이 할 만한 일이 없다고 했다며 미안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AirBus, 아직도 문은 닫히지 않았다

우리 아들이 어떤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친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자신이 적당하게 둘러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로드리고는 자신의 친구와 통화를 하려고 몇 번 연락을 했지만, 마침 그 친구가 프랑스 출장 중이라 통화가 닿지 않았다고 했고, 프랑스와 시차를 맞추어 통화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것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덧붙어 그는 자신이 칠레에서 장교로 복무한 적 있고, 에어버스에 입사한 이 친구도 함께 복무한 동기들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쪽 필드에 관심이 있으면 군대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으니, 이것도 한 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라고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번엔 아쉽게 되었지만, 호야가 만약 항공 관련 분야에 대해 더 공부를 한다면 그때는 자신이 얼마든지 그 친구를 소개해 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AirBus에 닿을 수 있다니!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 엄청난 가능성이다!

나는 엄청 흥분했고, 부족한 우리 아들을 위해 친구에게 이렇게 연락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다음에라도 꼭 그 친구분과 호야가 연결될 일이 있었으면 진심으로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깨달았다. 이들이 호야를 대하는 자세는 진심이었음을..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되자, 나는 더 궁금해졌다.

이들이 왜 이렇게 호야에게 잘 해 주는 거지?

그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아니면 그냥 호야가 이뻐서?

글쎄.. 그것만으로는 이 상황이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 대답은 바로 호야에게 있었다.

업보, 즉 Karma였다.


2022년 10월 21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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