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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집필인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책 쓰는 엄마, 구의동 에밀리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작가인가요? 아니면 ‘언젠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꿈을 품고 계신가요? 혹은 브런치 작가들을 보며 ‘나도 저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적은요?


저는 독립출판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책을 세 권 냈습니다. 그중 두 권은 올해만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에요. 그런데도 지인들이 “작가님!” 하고 부를 때마다 괜히 어색합니다. ‘혹시 내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도 된 척하는 걸로 오해받으면 어쩌지?’ 싶거든요.


사실 저는 전업 작가도 아닙니다. 회사 다니며 출퇴근길에 <돌고 돌아 돈까스>를 썼고, 임신 중 조산기로 누워 지내던 시절에는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를 완성했죠. 아기 낮잠 시간에 원고를 다듬고, 밤에 다시 노트북을 켜고. 그러니 저에게 맞는 호칭은 ‘작가’보다는 ‘생활집필인’에 가깝습니다.


생활집필인은 글을 모으는 사람이에요. 평소에 써둔 글이 총알이 되거든요. 총알이 쌓여 있어야 “지금이다!” 싶을 때 와르르 묶어 책으로 낼 수 있죠.


물론 생활집필인은 전업 작가보다 허술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작가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짬바(?)가 필요한데, 이 짬바는 시간과 시행착오로만 쌓이더라고요.

글감 정리, 타이핑, 다듬기. 이 ‘집필 3대 노가다’는 생각보다 노동집약적입니다. 저는 보통 한 편에 1시간 반 정도 쓰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3시간도 걸립니다. 본인 글쓰기 속도를 대강이라도 알아야 “이 글은 카페에서 2시간 컷 가능!” 하고 덤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재가 떠올라도 시작조차 못 하고 끝나버리기 일쑤죠.


그래서 글을 많이 쓰려면 결국 ‘시간 감각’을 키워야 하고, 그걸 키우려면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생활집필 지망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그냥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자기만의 패턴이 생깁니다. 저도 2012년부터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며 10년 넘게 실험 중이거든요. 아직도 시행착오는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나만의 방식’은 생겼습니다.


결국 작가는 생활집필인입니다. 책을 내고 싶으신가요? 글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작가가 되어야지’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생활집필인이 되자’라는 실전용 구호가 더 든든합니다. 브런치에 지원해 글을 올려보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세요. 혼자 메모장에 끄적이는 것보다 훨씬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책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하나의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쓰고, 기한을 맞춰 원고를 완성하는 사람. 그게 작가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생활체육인이 근력을 키우듯, 생활집필인은 필력을 키웁니다. 하루하루 쌓은 글이 모여 어느 날 책이 되어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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