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부상의 이야기
아주 오랜만에 수첩과 펜을 가방에 넣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주머니에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닌다고 들었다. 성공한 사람한테서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에서 읽기로는 그러했다.
팀 페리스는 원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였다. 그런데 최근에 그가 쓴 책이 하나 더 나왔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다분히 트렌드적인 제목을 달고.
문장형에, 자기계발서적인 제목이었지만 일단 읽었다. 돌 지난 아기랑 놀이터를 배회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듣기에는 자기계발서 만한 게 없었다. 중간에 몇 마디 놓친다고 해서 문제 생길 일이 없으니 마음이 편했다.
전세계의 소위 ‘성공한’ 사람들한테서 인터뷰를 따온 책이었다. 성공 방식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놀랍게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 명상을 극찬하고, 주머니에는 노트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는 점이었다.
‘내가 보부상을 어떻게 탈피했는데……’
그러나 결국 ‘일단 따라해보자’라는 주의가 내 가방에 수첩과 펜을 집어넣었다. 카페에 도착해 책상에 꺼내놓았는데, 세상에! 잊고 있던 그리운 감각이 떠오르면서, 이유야 어떻든 나는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명상인가? 한 번도 안 해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