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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인 Mar 24. 2022

1강. 픽션의 힘 : 이야기는 힘이 세다

The RED : 김영하 작가의 내 안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 쓰는 법

안녕하세요. 

*The RED : 김영하 작가의 내 안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 쓰는 법 

강의를 듣고, 요약정리하고 있습니다. 

본강. 숨은 이야기를 찾아 쓰는 법에서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고쳐쓰기까지
1강. 픽션의 힘 : 이야기는 힘이 세다
2강. 사건과 인물
3강. 플롯의 구성 : 정보의 배분과 욕망
4강. 고쳐쓰기, 그리고 인생이라는 이야기 (수정, 보완, 그리고 완성)


1강. 픽션의 힘 : 이야기는 힘이 세다


1.  '인간의 허구를 믿는 능력' 덕분에 인간 문명이 지금과 같이 발전되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원숭이와 같은
유인원으로 살아가던 사피엔스 종이
어떻게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고,
달에 우주선을 보내 우주의 비밀을 찾고,
문명을 건설하는 종족이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인류발전의 원동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이런 대단한 문명을 이루게 된 이유는 'fiction' '허구'를 믿는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 유발 하라리의 fiction에는 국가, 화폐, 종교 등 실제로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와 같은 건축물의 목적은 '파라오의 무덤'이었다. 파라오의 무덤을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파라오가 '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신이 영원히 살기 위해서는 집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신의 집인 피라미드를 수십 년에 거쳐 수백 개씩 지을 수 있었다.


이 쓸모없는 피라미드를 지은 것이 어떻게 문명을 이루었다는 것일까? 피라미드를 수백 개 지은 '대규모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기본적으로 일을 지시하는 국가를 신뢰해야 하고, 또한 '신'을 믿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인간들은 더 거대한 일들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 '신화'를 믿는 것은 인간의 고유 능력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눈앞에 있는 것만 믿을 때가 많고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만 믿지만, 인간은 경험하지 않은 것과 황당한 것도 믿을 수 있습니다. 모든 나라에 창건 설화들이 있고 이 설화가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런 '인간의 fiction을 믿는 능력' 이 인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들은 고대나 지금이나 'fiction',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리스 극장은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고지에 건설되어 있는 당시의 최호화 건축물이다. 이 극장의 용도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번듯한 극장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현대에 적용하면 우리가 괜찮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제일 먼저 TV를 사서 거실의 중앙에 놓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위치에 TV를 설치하는 것과 같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우리의 삶은 비슷하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리스 극장으로 가서 연극을 보고, 그 연극을 봐야 다음날 시민들과 대화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요즘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류가 이야기를 사랑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증거가 많이 있다. 특히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길가메시의 서사시'는 돌판에 새겨졌다. 돌판에 글자를 새기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일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돌에 글을 새기기도 했다.


과거의 양가죽과 파피루스도 모두 그 당시에 만들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이렇게 비싸고 값진 것들을 이용해서 우리는 '이야기'를 새기고 남겨 놓는다. 본질적으로 '이야기가 인간을 감염시켰다.'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전파하도록 부추긴 것이다.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




2. 이야기는 '어떻게' 우리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① 이야기는 인류가 발견한 '교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교훈'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빨간 모자 이야기는 많은 나라에 퍼져있는 이야기인데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빨간 모자 소녀가 할머니의 문병을 가고자 한다. 할머니 집을 가기 위해서는 숲을 지나야 하는데 문제는 그 숲에 사나운 늑대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늑대가 빨간 모자를 잡아먹고 싶었지만 잡아먹기 어려운 상황이 생겨 긴다. 늑대는 꾀를 내어 빨간 소녀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았고, 소녀는 할머니를 보러 간다고 대답했다. 늑대는 소녀보다 빠르게 할머니 집으로 가서 할머니를 잡아먹은 후, 할머니 집에 도착한 빨간 두건을 잡아먹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이야기를 구전하며 변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버전의 이야기들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교훈 1. 늑대는 '위험한 존재'의 상징이다.

위험한 존재들은 주로 숲에 있을 경우가 크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 숨어 있는 가능성이 크고 아이들이 혼자 일 때 이런 '늑대'와 같은 존재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다.


교훈 2. 숲은 '위험한 공간'의 상징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숲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교훈 3. 누군가가 할머니처럼 말하고, 할머니 옷을 입고 심지어 본인이 할머니라고 말한다고 해도, 할머니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호랑이와 나그네'도 비슷한 이야기이다.


호랑이와 나그네를 요약하면 이렇다. 어딘가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린다. 호랑이가 구덩이 안에 갇혀서 '살려달라.'라고 하고 있다. 길을 가던 나그네는 이 위험한 동물을 도와줘도 될까 고민하다가 호랑이를 도와준다. 그러나 호랑이는 구덩이를 나온 후에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나그네는 옥신각신한 끝에 호랑이를 다시 구덩이에 넣는 것에 성공한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교훈 1. 호랑이는 위험하다.

교훈 2. 남을 도울 수는 있으나 나보다 힘이 강한 자를 함부로 돕는 것은 위험하다. 나보다 힘이 강한 자가 일시적으로 힘이 약해졌다고 해서 도와줬다가는 오히려 그 사람에게 역공격 당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경험이 있다. 그 호랑이가 선배일 수도 상사 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다시 힘이 강해졌을 때 우리가 그들이 약했을 때 도와줬던 것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교훈들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야기가 가진 강력한 능력은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퍼져 나간다. 할리우드의 영화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보게 된다. 이야기는 자기 증식성을 가지고 퍼져나간다.


이야기는 지혜와 교훈을 전달하는 도구이다.



② 이야기는 시뮬레이터로서 인간의 생존에 기여한다.


이야기는 지혜와 교훈을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시뮬레이터로서 인간의 생존에 기여하기도 한다. 우리는 허구, fiction을 단순히 접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인생에서 겪을지 모르는 어려움을 미리 접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는 simulator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얘기를 보면 우리가 긴장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형태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 우리는 4가지의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1) 여기는 어디인가?

2)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3) 여기서 내가 따라가야 할 중심인물(주인공)은 누구인가?

4) 이 일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을 보았을 때, 

장소는 뉴욕이고, 시대는 현대이고, 배경은 평화롭지만 우리는 곧 이 평화가 깨어지고 뭔가의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야기의 핵심 요소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건' 은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주인공이 처해 있는 환경이 바로 '세계'이다. 예를 들어 여고괴담에서 주인공의 세계는 고등학교이며 이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사건'이다.


스파이더맨이 일상생활하는 시작점에서 평화로운 일상이 나온다. 칸 국제영화제에 나가면 영화를 구매하기 위한 필름마켓이 있다. 칸 필름 마켓에서 영화를 시사하고 구매자들이 이 필름을 살지 말지 결정한다. 다른 영화 시사회들과는 주요한 다른 점이 있는데, 영화가 시작된 후 구매자들은 10분 내에 나가거나 구매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은 10분 이내 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 세계의 이야기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중심인물이 균형이 깨진 세계에 '투쟁'한다. 스파이더맨에서 '사건'은 주인공이 거미에게 물린 이후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고, 천장에 매달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스파이더맨으로 변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만 깨어진 세계에 '투쟁'하여 곧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역할에 적응하고 감당해 낸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볼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낯선 세계에 가서, 그 세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찾아내고 그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우리는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본 소설, 영화일수록 내가 그 일을 더 깊게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급박한 상황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고 '교훈'을 얻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simulator가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거나, 평소에 내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일들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때 인간은 굉장히 적은 범위의 상상만을 한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무의식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을 미리 대비케 하는 게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균형이 깨어진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짐작해보며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이야기를 접한 이후 대부분 그 이야기를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보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심리적으로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어떤 일들에 simulation 하며 준비하고 훈련된다.


③ '이야기'는 우리에게 '공감능력'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는 기본적인 공감능력을 폭넓게 확대시킨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경험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공감능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는 자기와 같은 편의 경우에만 공감능력을 가질 수 있다. 부족 사회일 때는 내 부족의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다른 부족의 일에는 공감이 아닌 배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 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이전에는 같은 이야기를 공유해서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이다. 지금은 한 나라의 이야기를 여러 나라에서 공감한다.


아동인권을 생각해보자. 한 때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많이 없어서, 아이들이 학대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동노동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아이를 체벌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지만 지금은 뉴스에 나올 정도의 일되었다. 예전에는 아이를 인간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제는 어른이 아이들을 인간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변화된 이유에는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의 영화, 드라마를 많이 생산되었고 우리가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도 어른들보다 더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예민하며 존중해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이 바뀌었다.


우리가 타자의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되면 없던 공감능력이 생기게 되고,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동물에 대한 공감능력도 많이 늘었다. 과거 동물은 단순히 가축일 뿐이었지만, 어느 순간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만들어졌다. <프리윌리> 같은 영화를 본 이후 해양 포유류들이 수족관에서 많이 풀려나게 되었고,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 아이들이 물고기를 풀어준다는 명목 하에 금붕어를 변기에 버리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공감능력을 통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인식하고, 타자를 생각하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 꼬니아트 예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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