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하는 30대 후반의 워킹맘의 독후일기
올해 특별한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은 사회적인 지위를 갖고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코치님 그룹과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가진 20대 대학생 그룹이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이다.
총 4권의 책을 읽으며 간헐적인 모임으로 하고 있지만,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퀄리티 높은 책을 읽는다는 희열과 함께 다양한 관점이 어우러진 생각을 수집하는 것이 정말 매력적인 시간이다.
세 번째 모임을 앞두고 읽었던 노동의 종말은 제러미 리프킨의 명서이다. 400여 쪽이나 하지만, 역사의 흐름과 제시하는 방향에 힘을 실어주는 여러 논문을 기반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한창 일하는 노동의 현장(직장)에서 나는 이 책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몇 자 남겨보고 싶었다.
직장인으로서 일의 종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노동이 없는 현실은 흡사 죽음의 과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일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최근 유퀴즈에서 시니어 인턴 분이 출연했다. 유망하던 회사를 은퇴하고 아주 오랜만에 2030대 중심의 광고회사 시니어 인턴을 시작한 분이었다. 그는 다시 출근한 소감을 묻자, 살 거 같다고 단전에서 기쁨을 담아 표현하셨다. 그 장면이 오버랩되어, 일은 사람에게 돈을 버는 것 이전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효능감을 주는 수단이다. 나에게도 머나먼 미래에 쉬지 않고 '일'을 이어갈 기회가 주어질까? 그런 일을 찾는 것이 미래의 나를 위한 지금 내가 해야 할 미션이겠지.
마냥 먼 미래도 아니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일의 현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저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다. 해법은 저마다 구현의 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낙관적으로 이런 상황은 우리 안에 내재된 생존본능을 일깨워 줄 기회일지도 모른다란 생각을 한다. 늘 그랬듯이,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이, 돌파구를 제시할 새로운 일의 방식, 보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러기에 현실에 발붙이고 치열하게 살아낼 것이고, 매의 눈으로 접목할만한 기회들을 찾아 엮어낼 것이다.
때론, 이렇게 빠른 변화의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방법이 필요하겠다.
<기대의 기쁨>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빠른 생산이 언제나 옳은 답이 될 수는 없다. 가치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하루 만에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했을 때와 일주일 만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이 제품과 서비스에 희소성을 더할 수 있다. 그런 가치를 부과하는 것이야 말로,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진정한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결국은 아날로그와 헤리티지, 희소성은 언제나 유의미한 바운더리를 차지할 수밖에.
회사 측과 근로자 측의 입장이 다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일개 개인의 결정보다는 회사의 큰 결정에 따라 실업자의 규모가 확확 달라질 것이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결정 기준이 자연스럽게 윤리적이고 대의적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spc의 3교대 근무를 시범도입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의 생산직의 산재 사고에도 바뀌지 않던 체제를 이제야 바꾸는 아주 더딘 변화를 보여준 것이 씁쓸한 현실인 것 같기도 하다. 책에서는 포스트 시리얼 공장에서 4 교대를 도입하여 생산성 향상이 되자, 직원들에게 다시 나눠 윈윈 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누가 힘과 에너지와 자본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열쇠를 쥐는 게 아닐까?
다크 팩토리의 현장을 보고 실존하는 자동화 현장을 느끼다.
어두운 공장에서 쉴 새 없이 생산해 내는 공장의 현실이다. 이제는 이공계열, 인문계열을 넘어서 생생한 비전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나와야 할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예전에는 거시적인 태풍이 불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크고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팬을 가진 듯하다.
노동의 미래 같은 열린 결말을 갖고 있는 책이었다.
나는 미래에 어떤 모습의 워커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