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nhyuk Feb 21. 2024

공방일기 - 부산 배송 가는 날



부산 배송 가는 날. 하늘이 맑다. 아침 일찍 일어나 포장을 하고 차를 섭외한다. 파주에서 부산까지 편도 25만 원. 경상도 말씨를 가진 기사님이 콜을 받았다.


"부산 가지예? 문자 주이소."


파주에서 이런 깊은 경상도 말씨를 들은 적은 없는데. 경상도 분인가? 근데 경상도 분이 왜 일요일 아침에 파주에서 콜을 받지?


기사님이 공방에 도착한 후에도 궁금은 했지만 혹시나 실례가 될까 봐 여쭤보진 못했다. 그냥 그렇게 부산으로 출발했다.






무려 다섯 시간이 넘는 대장정의 시작.






그래도 날씨가 좋으면 조금은 힘을 내서 갈 수 있다.






배송지는 사직구장이 보이는 신축 아파트. 도착 후 트럭에서 가구를 내리며 기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은근히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다시 파주로 올라가세요?"


"아니예, 집이 여 근처라"


아하, 역시 경상도 분이었다. 왜 경상도 분이 파주에서 콜을 받았나 여쭤보니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삿짐 싣고 새벽부터 올라왔으며, 마침 부산 가는 콜이 있길래 바로 잡았다고 했다. 기사님 입장에선 서울 올라오자마자 바로 부산 내려가는 장거리 콜이 들어왔으니 아주 흡족했을 것이다.


'오 완전 좋으셨겠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흠, 이왕 부산 내려가는 콜이었으면 20만 원만 불렀어도 받지 않으셨을까?'라는 아쉬움도 약간은 들었다. 화물 콜은 거리와 차종별로 표준 요금이 정해져 있어서 그 요금대로 25만 원에 접수한 것이었는데, 가끔은 '더 낮은 가격을 불러도 갈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다. 보통은 빨리 배송 가야 하니 그냥 표준요금으로 접수하는데 오늘처럼 금액이 큰 날엔 '조금이라도 아껴볼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어찌 됐든 기사님도 나도 안전하게 잘 도착했고 윈윈 했으니 큰 불만 없이 쿨하게 작별했다.



무사히 배송을 마치고 집까지 다시 다섯 시간을 달려 겨우 돌아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속도로. 그저 사고 없이 안전히 도착했음에 감사하며 깊이 잠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공방일상] 하드우드 제재목 수량 약식으로 확인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