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처음으로 너는 나에게 전화를 했어.
전화기 너머로 울면서 힘들다고, 나에게 돌아와달라고 말하더라.
언제나처럼 꿈은 쓸데없이 너무나 생생했어.
부은 눈을 비비면서 괜시리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머쓱하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어.
사실 나 아직도 종종 우리 함께 한 시간을 얘기해.
나는 기억의 먼 바닥에 굳어있는 너에게 현재의 숨결을 불어넣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 긴 시간이 그저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한 부분이라 그런 걸까.
그래 봤자 늘 같은 레퍼토리야,
이야기는 영원히 과거에 멈춰있고 시간이 갈수록 많은 것들은 세월의 물살에 씻겨 내려가니까.
가끔 사진도 뒤져봤어. 하지만 생생한 그 얼굴을 봐도 이젠, 너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는 느낌이야.
아, 근데 오해하진마. 사실 또 딱히 열심히 그리워했던 것도 아니거든.
그리고 나 사실 지금 무척 행복해. 너도 꼭 그랬으면 싶고.
그래도 오늘, 어떻게 지우는지 모른다는 핑계로 보관하던 네 사진들 지웠어.
갑자기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져서 그렇게 했어.
꿈 속에서 울던 게 너가 아니라 사실 나였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웃기지?
너는 나한테 미완된 연작소설이니까 나는 앞으로도 네가 종종 궁금하겠지?
그치만 다음에 그럴 때면 기억할 거야,
궁금한 것과, 그리운 것은 분명, 다르다는 걸.
난 이만 자러 갈 건데, 거긴 막 해가 떴겠지?
우리 헤어지고 처음으로 빌어보네, 오늘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랄게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