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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Nov 19. 2020

CLOSER

온전히 갔다 온전히 돌아오는 마음과

그 크기의 차이를 계산하지 않는 걸 진심이라고 부르지.

미운 사람에다 미친 사람이 되어버린 건 역시 슬프지만,

마음이 식고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온전한 형태로 그간의 진심을 묻어두고 싶어.


특별하지 않을 것 같던 말들이 특별해진 건 모두 특별한 네 덕분일 거야. 

오늘의 빛이 내일이 어둠이라고 해도 거대한 슬픔들이 몰려올 거라 해도 

그건 오로지 내 몫이었으면 좋겠어.


마음은 펼칠 때도 거둬들일 때도 아파져.

물건도 쓰고 나면 원래 있던 자리에 두게 되는데, 

함께 하던 관계는 어떻게 해야 맞는 걸까. 

지금껏 제자리를 찾은 적도 제자리를 찾아준 적도 없는 것 같아서,

결국 혼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길은  쓸쓸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그래도 그 길에서 어둠으로 남는 게 아니라 빛으로 남고 싶어. 



눈처럼 고요히 쌓여가는 마음을 들여다봤어. 

녹아내리는 걸 지켜보며 울어야 할 날이 오겠지.

모든 게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서서히 빠져나갈 걸 알면 손조차 쥘 수가 없어. 

손을 쥐어버리면 사라진 뒤에 느끼게 될 공허함을 알아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너이고 어제의 너는 내일의 나일 거야

지금 나는 어제와 내일의 나이고 어제의 너는 지금과 내일의 네가 되겠지.

만약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너와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줘


오래도록 그대로였던 나는 다른 나를 보여줄 테니

울며 잠들고 울며 일어나는 날들을 걷어낼 수 있도록

다른 날을 볼 수 있도록 다른 날에 깰 수 있도록


얼마나 더 아프게 하려고 이렇게 가까이 오는지

 두려움이 다 사라지고 나면 너는 무엇으로 남을지

너는 무엇으로 떠날지 나는 무엇으로 견딜지

네가 불처럼 왔다 얼음처럼 떠날 것을 알아서

어느 날은 너무 뜨거웠고 또 어느 날은 너무 추웠지




좋아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가까워졌다가 아주 멀어지고 마는 걸지도 몰라.

난 왜 네가 없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숨조차 뭇 쉬는 사람이 됐을까.


같이 있으면서 헤어지고 나면 서로의 흔적을 지우는 일에 대해 종종 이야기했는데,

얼마 전에 헤어져도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다 남겨두겠단 사람을 봤어.

어차피 다시 만날 테니까 그대로 남겨두자고.

그래서 우리는 헤어졌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건가 봐.

그럼에도, 헤어졌어도, 영영 만나지 못해도, 네가 나를 미워해도,

네 생의 한 시기를 같이 보낼 수 있었던 게 너무나 고맙고 따뜻했어.

너는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말들로 남아서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말을 주고받을 때면  너를 떠올리게 될 거야.

지금은 얼어붙을 것 같이 차가워서 슬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 따뜻함이 될 거라고 믿어. 

그게 내가 기억하는 네 이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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