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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Utiful Dec 20. 2017

침묵은 매우 정확하다, 마크 로스코

Silence is So Accurate, 마크 로스코

유명인의 죽음 때문에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보이고 많이 들리네요. 대개는 들뜬 연말 특유의 분위기와 부딪혀 괜히 더 슬픔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창 빈센트 반 고흐의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다른 예술가들이 죽기 전에 남긴 작품들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던 중 가장 뇌리에 남은 건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이었어요. 마크 로스코 역시 1970년, 스스로 그의 삶을 끝낼 때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해요. 스스로 눈을 감은 그 앞에 놓여 있던 마지막 작품이 있는데요. 죽음을 의미하듯 빨갛게 뒤덮인 이 그림이 바로 그 작품이에요.

Untitled, 1970,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항상 평화롭고 숭고하게 느껴졌던 그의 작품들인데, 처음으로 brutal 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잔인한 느낌이 쏟아지는 것 같아서, 크기도 일부러 줄였어요... 그런데 사실 그건 제가 그의 마지막 작품임을 알고 봐서 일 수도 있고요. 모르고 보는 이에겐 이 강렬함이 잔인함으로는 안 느껴질 수도 있겠죠. 사실 그 점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죠.


마크 로스코는 그림과 대면한 개인의 '경험'을 중시했거든요. 그림 앞에서 관람자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말이죠. 장면의 재현이 아닌, 색채의 구현으로 가득 채워진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에게는 많은 자유도를 부여해요. 그림을 경험하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와닿을 수 있게 만들죠. 그는 언어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상상이 영향받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가 많은 수의 그의 작품들을 Untitled로 title한 이유죠.

생각보다 겨수님 같은 모습이네요. 마 교수님...



같은 맥락으로 그는 "Silence is so accurate."라는 말을 남겼어요. 후기로 가면 그의 작품들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이런 검정에 가까운 색들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을 줘요.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내는 silence 가운데서 사람들이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크고 압도적인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 건 일상적인 경험이 아니어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원했던 종교적인 경험이 무엇인지 약간은 알 것 같기도 하답니다.


이렇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이 장식적인 목적으로 걸리기 보다는 사람들이 무언갈 경험하길 원했어요. 작품 하나를 팔 때도, 그림을 본 후 구매자의 리액션을 중요시했죠. 그래서 뉴욕의 호화로운 포시즌스 레스토랑에 걸릴 작품을 의뢰를 받았을 때도, 물질적인 것에 대응할 속셈으로 의뢰를 승낙했으나 결국엔 자신의 작품이 장식으로 밖엔 여겨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거절하기도 했죠. 이 프로젝트가 200만 달러로 20억이 넘는 프로젝트였다고 하니, 그의 의지가 어느 정도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조가 넘는 자산가가 되었다고...)

                                                                   Untitled, 1969



개인적으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쪽으로 몰두한 삶을 살다 보면 쉽게 지쳐버리고, 무엇으로 overwhelming 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치는 모두가 다르겠습니다만은, 그 적정치를 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삶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말의 씁쓸한 소식 속에서도 내년은 physically & mentally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마크 로스코의 그림으로 한 템포 쉬어가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https://theculturetrip.com/europe/the-netherlands/articles/10-things-you-should-know-about-mark-rothko/
https://www.thoughtco.com/mark-rothko-biography-4147374
http://www.nytimes.com/1970/02/26/archives/mark-rothko-artist-a-suicide-here-at-66-mark-rothko-abstract.html
http://larrybuttrose.blogspot.kr/2012/05/strange-life-and-even-stranger-death-of.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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