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101 - 팔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공감 2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하루 중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뭐라고 쓸까?'이다. 지금 팀으로 옮기기 전에도 사실 매일 같이 하루에 30개 정도의 카피를 써왔다. 솔직히 말하면 기계처럼 쓴다.
어쩌다가 재치 있게 써보려고 하다 보면 시간이 한 개 쓰느라 30분보다 더 오래 걸리곤 한다.
작은 포션을 차지하는 카피가 아니라 꽤 큰 기획전이나 이벤트의 타이틀을 쓸 기회가 찾아오면, 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아 얼른 이 강의를 들어서 이런 복잡한 일이 찾아올 때마다 짠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싶다.
5가지의 방법과 3가지 비법
이유미 카피라이터 강의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책 <문장 수집 생활>을 먼저 접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정말 지루해해서 비소설류의 책만 사서 후다다닥 읽고 또 어디엔가 처박아두는 버릇이 있다. 주로 사는 책들이 정보성이거나 에세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뭔가 나중에 책으로 인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소설을 읽지 않는 내가 '카피를 쓰는 일'이 어려운 이유가 '소설을 읽지 않아서 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게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오늘의 강의에서는 시선을 멈추게 하는 제목을 짓는 5가지 방법과 3가지 비법을 알려주었다.
제목을 짓는 5가지 방법
좁게 다양하게 타깃 설정
공감 사례 제시
정보 또는 사용법 노출
불안요소 강조
구체적 숫자 제시
제목 짓기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3가지 비법
비법 알려주기
나열하기
증거 제시
이렇게만 써두면 나중에 기억 못 할 것 같아서 아래에 정리해두었다.
Being specific is better than normal.
전체를 다 아우르기보다는 '특정 타깃'을 설정하여 '특정 타깃'만큼은 제목에 눈길이 가게 만드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맞벌이 부부의 저녁식사에 필요한 간편식사,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장인을 위한 마스크.
이 방법은 정말 쉽게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되면서도 막상 지은 제목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특정 타깃을 설정해서 카피를 쓰면, 그 외에 타깃들은 보지 않을 거라는 우려 때문.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관련성이 있는 타깃이라면 눈길이 갈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저녁식사에 필요한 간편식사 카피를 보면, 맞벌이 부부 타깃만 이 카피에 눈길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특성을 생각해보자.
맞벌이 부부의 특성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의 부족
식사 준비와 휴식 활동의 효율성 고려
장 볼 시간 부족
100% 다 들어맞는 특성은 아니지만 극적으로 떠올리자면 위와 같을 터인데, 이런 특성이 일반 직장인 또는 특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될 것이다.
결국 맞벌이 부부를 타깃으로 써두었으나, 그 특성을 자신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카피면 아주 좋은 카피라고는 할 수 없다)
제목에 공감 가는 TPO 또는 상황이나 대안을 제시해본다면, 내용에 관심 가기 쉽다.
예를 들면, 바깥은 폭염 사무실은 한파 그럴 땐 카디건.
한 여름, 냉방병 걸린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사이에서 내가 이 카피를 발견하면 (금액만 괜찮다면) 구매했을 것이다. 내가 줄 그어 놓은 상황이 바로 카피의 TPO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보이는가.
다른 예를 들어보자, 피크닉 가기 딱 좋은 날씨엔 아무 데나 앉지 마세요.
위의 예시가 무슨 상품을 위한 카피일까?
정답은 돗자리다.
선선하고 화창한 주말에 피크닉 약속이 있는 사람이 이 카피를 보게 되면 뭔가 내 얘기인 것 같고 그럴 테다. 물론 이미 돗자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구경은 하게 될 터이니, 카피의 몫은 다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건 어떤 소재로 이루어졌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이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다. 나는 실용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좋기 때문에, 실용적인 설명을 보면 궁금해서라도 누르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카피도 대부분 이런 카피가 많다.
예를 들면, 가볍고 통기성 좋은 데님, 구울 필요 없는 군고구마, 스윽- 한 번만 발라도 오랫동안 향긋해요(바르는 향수), 흔들면 따뜻해져요(손난로).
이런 카피들은 제품의 특성 때문에 쓰이기 때문에 제품이 사람들에게 많이 인지될수록 오히려 눈길이 안 가게 되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익숙한 카피들이 너도나도 생겨나버리기 때문이다.
제품의 효능/효과에 불안을 조정하게 만들어 눈길을 가게 만드는 것인데, 2번 공감사례 제시방법과 비슷하나 이 방법은 공감사례보다는 문제 상황을 제기하는 방법에 가깝다.
예를 들면, 아이가 삼켜도 되는 치약, 아직도 OO이 없으세요?.
이유미 카피라이터는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도 공감한다. 자극적인 멘트로 발전되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 하면 그러려나? 쌈마이 같이 보이기 쉽다)
'칼로리가 낮은 곤약젤리' 제품을 이 방법을 통해 카피를 써보자.
'젤리는 먹고 싶은데 칼로리가 걱정돼요'
이 카피에서 제기한 문제 상황은 젤리가 먹고 싶은 상황이며, 이는 곧 칼로리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나아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칼로리가 낮은 곤약젤리'임을 알리는 카피가 되겠다.
'다른 젤리 먹으면 살쪄요, 돼지 되기 싫으면 곤약젤리'
이 카피에서 제기한 문제 상황은 다른 젤리를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은 이 젤리를 사야지 돼지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하게 될 터인데, 이게 과연 좋은 카피일까?
다른 제품들을 폄하하고, 나아가 살이 찐 몸을 돼지로 비유하며 부정적인 문제 상황을 극한으로 끌고 가는 카피가 되어버렸다.
돋보이기만 하면 다 좋은 카피인가? 막상 쓴 사람도 확신이 안 차는 카피가 되어버렸다.
모호한 표현보다는 정확한 숫자를 보여주는 방법인데, 앞서 언급한 4가지 방법들과 함께 쓰기에도 좋다.
예를 들면, 시작하면 3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OO게임, 10만 시간을 버티는 전구.
'젤리는 먹고 싶은데 칼로리가 걱정돼요, 마음껏 먹어도 6Kcal'
이렇게 좀 전 4번 방법으로 써본 곤약젤리 카피에 숫자를 제시하여 함께 써볼 수도 있다.
'하루 10분 가볍게, 나의 가벼운 스페인어'
요즘 뜨고 있는 외국어 공부 학습지인데, 네이밍 자체도 잘 지었지만 함께 따라가는 카피가 매우 적절하다. 학습지이기 때문에 매우 얇고 가벼운 책이라는 포인트를 네이밍에도 녹였지만, 무려 10분이라는 구체적인 학습시간까지 제시하면서 고객의 구매 결정 또한 가볍게 고려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는 법'을 붙이면 완성되듯 써먹기 가장 쉽다. 온라인 쇼핑몰 특히 패션이나 잡화 MD들이라면 정말 많이 써보았을 방법이다. 아 물론 '~하는 법' 만큼이나 자주 쓰는 '~하는 제안'도 있다.
예를 들면, 올 겨울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법, 동남아 리조트 가장 싸게 가는 법, 오래 신을 수 있는 구두 제안, 새 학기 톡톡 튈 수 있는 스타일링 제안.
백화점이나 특정 대형 패션 온라인 쇼핑몰을 가면 제일 많이 보이는 카피일 거다. 짓기 매우 쉽고, 카피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어 구체적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 사람들이 익숙해지면 눈에 띄지 못하는 카피가 되어버리기 쉽다.
'~가지' 또는 '~선' 등으로 숫자를 제시하여 카피를 끝맺는 방법이다. 이 또한 많이들 쓰는 방법인데 주로 식품이나 가구, 잡화, 리빙 카테고리에서 발견하기 쉽다.
예를 들면, 캠핑 갈 때 추천드리는 간편식품 베스트 5, 냉장고 숨겨진 수납공간 만들어주는 아이템 10가지, 인테리어 전문가 선정 봄맞이 리빙 잡화 100선.
제목을 짓는 방법 중 5번째 방법인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과 혼동할 수 있다.
엄연히 다르다.
나열하기는 설명해주는 중요한 모든 카피가 끝나고 마무리 짓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고, 구체적인 숫자 제시 방법은 숫자 그 자체로 주는 인상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사실 둘은 애초에 목적과 쓰임새가 다르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해보면 어떨까.
'유산소 운동을 200% 끌어올리는 건강식품 베스트 3'
숫자가 너무 많으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패스.
사실이나 데이터를 증명하여 고객들이 카피만 보고 확-와 닿게 하는 방법인데, 마치 수능 언어영역에서 '다음 인물의 특성으로 알맞은 것은?'에 대한 정답을 찾는 행위와 비슷하다. 왜냐하면 결국 제품 정보에서 쓸만한 정보를 끌어다 카피에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9 고객만족도 1위 수상 상품, 오렌지 100% 함유.
솔직히 이 방법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한다.
제품 정보가 너무 훌륭해서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라면 카피에 그 정보를 녹이는 순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런데 너무 별로인 정보를 써야 한다면 그건 망조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오늘은 시선을 멈추게 하는 제목 짓기에 대해서 배워보았다.
사실 강의에서는 더 좋은 예시들과 중간중간에 설명들을 붙여주었으나, 나의 필기가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한 번 끝까지 시청하고 재시청했는데 두 번째땐 너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저렇게 고민을 하고 카피를 썼는데...'
아, 언제쯤 나도 눈길 멈추는 그런 제목을 지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문장 수집 생활> 책의 프롤로그 중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내가 카피를 쓰는 원칙은 '다름'이다.
그 '다름'의 기본 바탕은 '공감'이다.
내 얘기 같으면서도 뭔가 남다른 시선이 담긴 글. 공감되지만 흔하게 않게 쓰고 싶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쓰고, 다르게 사는 삶.
그게 내가 카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문장 수집 생활 -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