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거짓말, 그 양면을 노랫말에 담다
가사를 읽다 #03. G.O.D - 거짓말
G.O.D가 2집에서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애수>, <Friday Night>를 통한 음악적 성과와
<G.O.D의 육아일기>를 통한 예능적 인기까지 더해져 상한가를 치고 있던 시점이었다.
2000년 발매된 3집의 <거짓말>은 이 인기에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당시에는 "싫어! 싫어!"라는 여자의 대사가 상당히 센세이셔널했었는데, 가사를 곰곰이 읽어보면 그 부분뿐만 아니라 가사 전체의 구조가 상당히 신선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난 니가 싫어 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
다른 여자가 생겼어 너보다 훨씬 좋은
실망하지는 마 난 원래 이런 놈이니까
제발 더 이상 귀찮게 하지마
그래 이래야 했어 이래야만 했어 거짓말을 했어
내가 내가 결국 너를 울리고 말았어
하지만 내가 이래야만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을 모두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맘을 내 결정을 어쩔 수 없음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니가 날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쩔수 없어 널 속일게 미안해 널 울릴게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왜 자꾸 날 따라와 싫다고 했잖아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몇 번 말했잖아
너 자꾸 이러면 나 이제 정말 화낼거야
제발 너도 다른 사람 찾아
왜 자꾸 이러니 왜 자꾸 날 힘들게 하니
니가 자꾸 이러면 내가 널 떠나 보내기가 힘들잖니
내가 어디가 좋니 이렇게 매일 고생만 시키잖니
그리고 너 정도면 훨씬 좋은 남자
얼마든지 사귈수 있잖니 (싫어 싫어)
정신차려 바보야 정신차려 제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제 니가 정말 싫어 그러니 제발 돌아가
제발 저리가 난 니가 싫어 니가 정말 싫어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제발 가지마)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으면 안돼)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난 니가 싫어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
다른 여자가 생겼어 너보다 훨씬 좋은
실망하지는 마 난 원래 이런 놈이니까
제발 더 이상 귀찮게 하지마]
= "미안해"라는 나지막한 나래이션 뒤에 시작된 노래의 첫마디는 "난 니가 싫어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다. 사랑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던 연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쉬운 일이 아니다. 헤어지자는 말이 그 사람에게 얼만큼 상처가 될 지 알기에, 어떻게든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는 것이 이별의 표현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입을 떼자마자 "네가 싫어졌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너보다 훨씬 좋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당당히 말한다. 물론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이별을 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상대방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한술 더떠 "난 원래 이런 놈이니까" 실망하지 말라고 한다. 나 이러는 거 모르고 만났냐는 듯이 뻔뻔하다. 여기에 더해 남자는 그동안 여자와의 보냈던 시간을 귀찮았다는듯이 더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 이처럼 연인을 향해 내뱉는 남자의 말에는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에 대한 예의도,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존중도 담겨있지 않다.
그런데 왜 남자는 이렇게 뻔뻔하게 여자에게 이별선고를 하면서 "미안해"라고 조용히 읊조렸을까.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말하면서 말이다.
[그래 이래야 했어 이래야만 했어 거짓말을 했어
내가 내가 결국 너를 울리고 말았어
하지만 내가 이래야만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을 모두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맘을 내 결정을 어쩔 수 없음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니가 날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쩔수 없어 널 속일게 미안해 널 울릴게]
= 이어지는 랩에서 우리는 그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앞서 그가 한 모진 말들은 진심이 아닌, 거짓말이었다. 이렇게 심한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네가 싫어졌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 귀찮게 하지 말라는' 따위의 마음에 없는 말들을 내뱉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빨리 자신을 잊고 정리할 수 있게끔 일부러 그녀를 속이고 울리고 있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2줄 단위로 어미를 "어-한-을-에(게)"로 통일시켜 롸임을 맞췄다. 어미를 통일시켜 롸임을 맞춘것이 뛰어난 스킬이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어미단위에서 다른 어미단위로 넘어갈 때 문장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 가사가 좋은 곡으로 선정하게 된 부분은 바로 이 후렴 때문이다. 지금 주인공은 그녀를 자신에게서 떠나보내기 위해 본심과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처럼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난 말이 상반되는 모습을 후렴에서 아주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준다.
리드보컬 김태우가 거짓말로 노래를 부르면 나머지 멤버들은 속마음을 코러스로 부른다. 겉으로는 "잘가, 행복해, 나를 잊어" 라고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가지마, 떠나지마, 나를 잊지마"라고 하고 있다. 자신도 이 이별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자기는 괜찮으니 걱정말고 떠나라고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다.
'거짓말'은 자신의 마음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말한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다. <거짓말>은 떠내보내려는 말과 붙잡고싶은 마음을 상반된 심정표현을 병치시켜 대비시키는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주인공의 상황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가사다.
[왜 자꾸 날 따라와 싫다고 했잖아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몇 번 말했잖아
너 자꾸 이러면 나 이제 정말 화낼거야
제발 너도 다른 사람 찾아]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받을 말들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그녀는 그를 따라온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데, 이렇게 모질게 대해도 여전히 그녀는 그를 따라온다. 이제 그는 더이상 자신을 따라오면 화를 내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찾아 만나라는 말까지 한다.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정작 여자인데 그녀는 이별을 못 받아들여 계속 그를 잡고 있고
그녀를 어떻게든 떼어내려하는 그는 화를 내고 애원을 하면서까지 그녀를 떠나려 한다.
[왜 자꾸 이러니 왜 자꾸 날 힘들게 하니
니가 자꾸 이러면 내가 널 떠나 보내기가 힘들잖니
내가 어디가 좋니 이렇게 매일 고생만 시키잖니
그리고 너 정도면 훨씬 좋은 남자
얼마든지 사귈수 있잖니 (싫어 싫어)
정신차려 바보야 정신차려 제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제 니가 정말 싫어 그러니 제발 돌아가
제발 저리가 난 니가 싫어 니가 정말 싫어]
=매몰차게 떠나려던 남자는 이게 계속 따라오는 여자를 붙들고 다시금 이야기한다. 이렇게 자꾸 따라오면서 붙잡으면 자신이 힘들다고 하더니, 자신은 매일 고생만 시키지 않냐며 너라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지 않냐고 한다. 자신은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연인을 고생시키고 있고, 그녀는 자신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는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설명하지만, 그녀는 "싫어 싫어"라며 울먹이며 외친다. 그 음성에선 남자가 말하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그를 떠날 수 없다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진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는 사이 등장하는 여자의 짧은 외침은 이별장면을 보다 생동감있게 전달한다.
또한 '자꾸 따라온다', '날 힘들게 한다'라는 말로 여자의 심경과 행동을 남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다가 그녀의 목소리로 직접 보여주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남자는 이별을 애써 부정하는 그녀를 향해 "니가 정말 싫어"라는 말까지 화내듯이 내뱉는다. 쉽게 자신을 떠날 사람이 아닐 것을 잘 알기에 일부러 거친 말들을 쏟아냈는데도 여전히 자신을 붙잡는 그녀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떼어놓으려 언성을 높여서까지 그녀에게 '니가 싫다'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후렴 반복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제발 가지마)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으면 안돼)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1절에서의 후렴이 한 번 더 반복된 후, 노래는 잠시 멈추며 긴장을 배가시킨다. 다시 시작된 후렴은 전조를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음만 높아진 '거짓말'부분과 다르게 '진심' 부분에서는 다소 무난하고 무덤덤해 보였던 멜로디도 훨씬 화려하고 강해졌다.
그리고 앞선 후렴과는 반대로 김태우가 본심을 노래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거짓말 부분을 노래한다. 거짓말 뒤에 숨기기에 버거웠던 진심이 마지막 후렴구에서 김태우의 성량과 감성을 통해 폭발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거짓말과 진심이 교차되고 있기에 그녀에게 진심을 말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를 떠내보내지 않으려는 그의 진심이 더이상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간절해져 절규어린 목소리로 질러내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의 가사가 앞선 두 곡처럼 수사적 표현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절에서 2절로 흘러가며 이어지는 이별의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구성되어 있는 점과 진심과 거짓말을 병치시켜 상반된 표현으로 둘을 대비시킨 후렴의 발상이 뛰어났다. 특히 후렴구에서 '거짓말' 부분을 부르던 리드보컬이 마지막 후렴구에서 '진심' 부분을 격정적으로 부르는 장면에서는
드라마틱한 구성과 진심/거짓말 병치의 발상이 모두 빛을 발하면서 화룡점정을 제대로 찍고 마무리된다.
수많은 대중음악의 이별노래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두려던 색다른 시도가 이 곡을 통해 G.O.D를 인기의 정상에 오르게 한 하나의 힘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