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레미파솔라이프니치
Nov 01. 2020
갑자기, 신랑이 둘째를 원한다.
아가를 좋아하지 않은 남자가 자기 자식이 생기면 환장한다고,
신랑은 아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 아빠 어디 가 이런 프로들을 왜 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신랑 친구의 아이들이 놀러 와도 놀아 주지만, 귀엽다는 표현은 한 적이 없다. 그나마 조카가 귀엽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자기가 오면 반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신랑은 자기 자식이 생기면 과연 잘할지가 스스로 의문이었다.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그런 신랑에게
"아직 니 애가 없어서 그래. 너 같은 애가 아기 낳으면 환장한다고"
결혼을 하고, 1주년이 되기 한 달 전 임신이 되었다. 처음, 산부인과를 갔을 때, 신랑은 아가 형태가 안 보이는데 심장소리가 난다면서, 당황스러워했지만, 나름 아빠의 준비를 해갔다. 그리고 입체 초음파로 아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실감해갔다. 태어나기 전까지
"아들을 어떻게 맞이하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신랑은 걱정이 많았다. 주변의 친구들은 아이를 좋아해도 육아가 힘들다고들 하는데, 자신은 아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시누이가 잠시 조카를 봐달라 하면 보기만 했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라고 했다.
양수가 터지고 유도분만을 했지만, 22시간의 진통만 하고 1cm밖에 열리지 않아 결국 응급 제왕절개를 하게 됐다. 그렇게 아들은 나보다 먼저 아들을 만났다. 수술 이후 나온 나에게 신랑은
"자기야. 애기 너무 귀여워. 이뻐 이뻐"
신랑은 그날부터 좋은 아빠가 되기 전에 먼저 아들바보 아빠가 되어버렸다. 모자동실이 되지 않기에 면회시간마다 가서 아들을 보러 갔다. 코로나로 인해 산후조리원에서 보호자 출입이 제한되자, 홀로 유부남 친구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집에서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집에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튜브를 보면서 아들 목욕을 배워서 시킨다. 퇴근하고 나면 씻고 나와 아들을 품에 꼭 안고 볼을 먹어버릴 듯 뽀뽀를 하면서 너무 좋아한다. 나름 의외였다. 평소에는 아가를 좋아하지 않는 신랑이 아들을 이렇게까지 좋아할지 몰랐다. 시누도 자신의 남동생이 목욕을 시킨다는 사실에 놀래고, 시댁에서 동생이 아들을 돌보고 재우는 걸 보면서
"조카는 그렇게 봐달래도 안 보더니, 네가 뭔 일이냐? 자기 자식은 다르나 보네. 아빠 다 됐네"
그래도 여전히 친구 아가라던지, 아들이 아닌 아가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들을 좋아해서, 이래서 자기 자식이 생기면 환장한다고들 하나, 그러다가 신랑이 아들을 너무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아들이 그렇게 이뻐? 아기를 좋아하지 않았잖아"
"너무 이뻐. 나는 살다가 이렇게 예쁜 아가는 처음 봐"
아. 살다가 이렇게 이쁜 아가를 처음 봤구나. 듣는 순간 바로 이해가 됐다. 그동안 아가들이 그냥 아가였던 것이었다. 살다가 예쁜 아가를 처음 봤는데 게다가 그 아가가 자신과 닮았으니 아들바보가 될만했다.
문제는 신랑이 어느 순간부터 둘째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을뿐더러, 이제 아가가 150일 밖에 되지 않았는 데 말이다.
"우리. 둘째는 언제 갖을까?"
아직 150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둘째라니. 하나도 힘든데. 내가 싫다고 하면
"자기야, 둘째는 왠지 자기 닮아서 예쁘지 않을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애 둘이 같이 노는 모습을 상상해봐"
"아들 혼자는 외로워"
아주 나를 다양한 말로 설득한다. 신랑이 육아도 잘 도와주고, 아들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니. 둘째를 만들어야 하나 하다가 육아가 힘들 때면, 아니다 싶다가 게다가 복직도 해야 하니 고민이다. 이 이야기를 언니한테 하니,
"원래 아가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자식이 생기면 더 환장한다고. 제부는 갑자기 웬 자식 욕심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