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레미파솔라이프니치
Dec 07. 2020
신랑은 흔들린아빠증후군에 걸렸나보다.
오늘도 아빠와 아들은 신이 나~
아들이 3주 차에 집에 왔을 때였다. 하루는 아들이 울길래 둥가둥가하면서 달래고 있는 데,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 그런 나를 보더니
"아가 너무 흔들면, 안 좋아요. "
흔들면 안 좋다고? 우리 엄마는 둥가둥가하며, 조카를 보던데. 주변 지인들에게 아가를 둥가둥가했는데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흔들면 안 좋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인들은 흔들린 아이 증후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거 같다면서 둥가 둥가 정도는 괜찮다고들 이야기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 찾아보니 정말 있었다. 헉, 심하게 흔들면 안 되는구나. 그럼 얼마나 심하게 흔들면 안 된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아가들이 도리도리도 하는데. 그것도 못하게 해야 하나? 그래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걸리려면 얼마나 흔들어야 하는 거야?"
"그니까, 그게 있다고는 하는데. 안고 걸으면 흔들리지 않냐? 그리고 아가들이 도리도리도 한디"
육아전문가들의 유튜브를 보니 핸드폰 진동처럼 아주 덜덜덜 흔들어야 흔들 아이 증후군에 걸린다면서 그렇게 흔드는 사람은 없으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저 정도만 아니면 되겠구나. 저렇게 흔들면 내 팔이 너무 아프겠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때처럼 9시쯤 신랑을 아들을 재운다면서 불을 끄고 달래고 있는데 엄청나게 흔드는 건 아닌데, 둥가 둥가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그런 느낌이 들면서, 그 순간 흔들 아이 증후군이 생각났다.
"자기야 천천히, 너무 하면 흔들린 아이 증후군 걸린데"
"그런 증후군이 있어? 우리 동생도 다 이러고 키웠는데"
신랑은 자신의 늦둥이 동생을 항상 자기가 키웠다면서 이야기하면서 나한테 자랑하곤 했다. 신랑은 처음에는 나에게 이상한 증후군을 지어냈다면서, 뭐라고 했지만, 우리의 육아 지침서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에서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보자 신랑은 적당히 달래야 겠다며 조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이 목을 가누고 앞으로 보는 걸 좋아하자, 신랑은 아들을 힙색에 앉히고 앞을 보게 했다. 아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다리를 흔들흔들 하자 신랑도 신이 나 자신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들도 신이 나는지 함박웃음과 함께 소리까지 내며 좋아했다. 심지어, 아들을 안고 있지 않을 때도 혼자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아들을 향해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그럼 아들은 그런 아빠가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었고, 아빠의 흔들흔들은 더욱 심해졌다.
이런, 흔들린 아빠 증후군인가?
혼자 춤추는 건 상관 없는데, 아들을 안고 그러는건 그래도 걱정이 돼서 자제하라고 했다. 신랑은 이 정도는 괜찮다며 자신이 흔드는 정도는 바운서의 움직임에 비하면 약하다면서, 병원에 가면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자고 했다. 때마침 다음 날 소아청소년과를 가는 날이라, 간 김에 의사 선생님께 여쭈었다.
"사실, 아빠가 너무 흔들어요. 흔들린아빠증후군에 걸린 것처럼요"
의사 선생님은 얼마나 흔드시길래 그러냐며, 보여달라고 했다. 신랑이 힙색에 아들을 앉히자, 아들은 다리를 흔들흔들, 신랑도 신이 나서 왔다 갔다 흔들흔들 하자 웃으시더니
"저 정도는 괜찮아요. 아가가 너무 좋아하는데요"
신랑은 나에게 자신은 적당히 흔든다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아빠와 아들은 적당히 서로 흔들면서 아주 더 신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