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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rain Apr 26. 2016

양평 그곳에 가면ᆢ

연꽃이 필때면 세미원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북한강과 남한강 줄기가 만난다는 두물머리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는데 난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한창 아이들 키울 때  바탕골 예술관에 있는 도자기체험관에서 아이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직접 물레를 돌리고 서툰 글씨로 날짜와 이름을 새겨넣어 만든 연필꽂이는 아직도 가지고있다


그때는 부모들이 애들 손과 발을 석고틀에 찍어넣고 액자로 만드는게 유행이었는데 유행따라하려니 그 당시는 부모노릇에 대한 의무감에다 묘한 상술에 짜증도 좀 났었는데 지금은 덩치 큰 성인이 된 아이들의 조막만한 발과 손을 보고있으면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이벤트하기 안성맞춤이라 주말이면 사람들이 늘 바글거렸는데 얼마전 지나다보니 폐쇄되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과 어떤 체험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행따라 모든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고있어 좀 아쉽다


광주를 통해 가자면 누런색 밀면으로 유명한 퇴촌 밀면과 토담골을 지나게 된다

내가 먹어본 토담골중 이곳의 맛이 최고다


강줄기를 따라 쭈욱 가다보면 강하면 전수리 양평에 다다르는데 언제가도 양평에서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닥터박 갤러리가 있다

외관이 컨테이너 몇개 이어붙인것 같은 느낌에다 녹슨 철제를 이용한 단순한 디자인 인데  최대한 바깥 자연을 안으로 끌어안는다

안과 밖이 분명 따로 있지만

둘러보면 은근하게  자연을 불러 앉혀놨다ᆞ


외부 계단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왜그런지 더욱 알 수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심부 카페에만 머물다 가는듯하다

전시실 벽을 따라 작품을 보다보면 맨 끝에 나타나는 사각 통창은 어두운 전시실에서 빛나는 또다른 작품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푸른 하늘 그리고 전시실의 정적이 빚어내는 평화로운 고요함이 있다ᆞ

이 건물은 빈자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승효상의 작품이다ᆞ

집도 사람이 살지 않고 오래 비워놓으면 망가지고 따스한 숨결을 잃는다고 하는데

처음 이곳을 찾을 때와 달리 사람 발길이 닿지않는 건물의  후미진 공간들은 주인도 손님도 포기한 듯 썰렁한게ᆢ 생기가 없어 보인다ᆞ


설계당시 상상하며 예측했을 동선들이 실제로는 무용지물한 것이 되는 건 어쩔수없을 것이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어디 있을까

상황따라 조건따라 변해감을 받아들이고 그안에서 또 최선을 생각해낼 뿐ᆢ

자연과 하나 되는 건물이다보니 비바람과 낙엽 먼지로부터도 늘 하나 될것이고

그에따라 관리하는 주인은 애를 먹으리라 예상되지만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좀 안타깝다


관리도 뭣도 결국 돈이 드는 일ᆢ돈 돈이 늘 문제다

이상과 현실은 늘 타협이 어렵다

그 유명한 가우디의 건물들도 곳곳에 물이 새고 관리의 헛점도 꽤 많다는데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월적 상상력과 영감을 건축에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위대한 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없는 사실ᆢ

 

어제는 이왈종 김병종 김종학등 눈에 익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있어서 자칫 지루해할 식구들에게 '거봐 오길 잘했지?'좀 당당할수있었다

남자들은 두종류다 갤러리 박물관 콘서트홀등을 앞장서서 다니거나 아예 안다니거나ᆢ


이곳을 좋아하는 내 사정은 사실 전시 작품을 보기보다는 커피값이 포함된 입장료 만원을 내고 강 풍경을 즐기는 기쁨이 더 크다

이곳의 커피맛에 대해선 애석하게도 그동안 함께 갔던 여인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아니 이 좋은 건물에ᆢ 커피 좀 신경쓰지ᆢ옥에 티다 옥에 티"라고들 했다ᆞ

 

창틀의 프레임을 적게 잡아서 경치를 뚝 끊어 내지 않는 바람에 실내에서도 눈이 션~하고

파라솔이 펼쳐지는 볕좋고 바람좋은 계절엔 테라스 뷰가 기가 막히다

회색 먹구름이 하늘의 절반을  차지한 어제 오전ᆞ

바람이 어찌나 센지 강물이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그 중간에 웬 카누 두대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부부같아보이는데 아줌마는 벌써 맥이 빠진듯 노젓는 손에 힘이 떨어져보였다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강바람이 절로 목적지까지 태워다줄거라는 남편의 사탕발림에 와이프는  할수없이 덥석 탔을테고 물살에 무임승차한 느낌은 잠시ᆢ  카누 밑으로 보이는 거센 물살의 공포에 넋이 절반 나간 아줌마가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들고있던 노로 남편을 어찌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무서운 급물살 속의 카누부부였다  

여름에는 수상스키타는 사람들로 강의 풍경은 더 그림같아진다


가끔 책들고 찾아가 하루종일 있다오고 싶은 공간ᆢ

저 공간의 쪼그만 구석쟁이 한켠만 내 집에다 뚝 떼어다 붙이고 싶은 공간ᆢ

닥터박 갤러리ᆢ


모르는 사이 주변에는 갤러리들이 꽤 많이 생겼다  기회되면 한번쯤 슬렁슬렁 둘러봐야겠다  

40분 거리의 서종

1시간 거리의 양평ᆞ

이마저도 마음 먹고 찾아가야하지만 조금만 마음 먹으면 크게 누리고 오는 곳이 근교에 있어줘서 좋다

현실에선 생각해볼수없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어디까지나 머리로만ᆢ

몸은 별다방 콩다방이 다닥 다닥 붙은 매연 속 도시에ᆢ

나는 어쩔 도리없는 이중 생활자이려나보다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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