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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Aug 26. 2017

빠르면 좋은가?

브레이크가 중요하다.

빠르면 좋은가?
  
자메이카의 단거리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은퇴했다. 올림픽 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하고 마무리한 선수생활에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지구상에 제일 빠른 사나이, 인간탄환 등의 수많은 영광과 별명을 뒤로 하고 은퇴할 때 어떤 마음일지 겪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시원섭섭한 마음이 있을 것이란 짐작은 하게된다. 
  
빠른 사람, 참 영광스러운 그 별칭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세상을 사는 것도 빠르다는 것은 참 좋은 의미의 뜻으로 풀이된다. 세계최초의 개발품은 빨라야만 이름을 올릴 수 있고, 모든 영광을 다 가질 수 있다. 
예전에 삼성전자가 광고할 때 했던 카피가 생각난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냉정하지만, 사실인 그 광고 카피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나도 그것을 보며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니 말이다. 
  
빠른 것은 좋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명제가 옳은 세계를 살고 있다. 그 말이 맞다.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것에 맞는가?' 생각이 들었다. 
  
'빠르면 무조건 좋을까?' 매번 세상을 비뜰어 보는 내 못된 심보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게 몇 가지 생각이 나 적어보고 싶다.
  
빠르면 좋다. 빠르면 많은 열매를 취할 수 있고, 많은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빠르게 1등이 되는 것은 사람들에게 열광을 받을만한 일이기도 하다. 부정하지 못하겠다.
  
다만, 빠른 것에 좋지 않은 것들이 있어 생각을 달리 해보고 싶었다.
빠른 것은 다 좋지는 않다. 이렇게 말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조금 적어질 것 같다. 
  
빠른 것이 다 좋지 않다는 그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 째, 우스개로 시작해보자. 
우선 운전할 때 좋지 않다. 과속하게 되면 과태료만 늘어날 뿐 그다지 좋지 않다. 카메라를 무시하고 달릴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속도에 취해 혼자 마구 달리다보면 사고 날 확률이 늘어남과 더불어 과속 단속 카메라의 사랑을 듬뿍 받을 주인공의 되어버린다. 그 카메라는 어디서든 날 노리고 있다. 
돈이 많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빠른 것은 좋지 않다. 
  
두 번째, 패션 유행에 민감한 빠름.
유행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패션리더들에게는 목숨걸고 살펴야할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문외한이 유행을 쫓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아차’ 하는 순간 저번에 유행했던 것으로 뒤쳐질 수 있다. 유행이 패션의 트렌드가 되어 온 세상을 덮을 수도 있지만, 잠시잠깐 왔다가는 그런 소소한 것일 수도 있다. 괜히 다른 사람 따라하다가 나만 덤탱이 쓸 수 있다. 돈 쓰고 창피는 다 받고... 그런 의미에서 이것도 나에겐 빠른 것이 좋지 않았다.
  
세 번째, 얼리어답터들의 삶
얼리어답터라 함은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을 말한다. 

전자 기기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그들은 제일 비쌀 때 구입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파워블로거나 시험 평가단에게는 예외일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얼리어답터는 자신이 직접 구입하는 사람들이다. 

더 넓은 소비자군들이 구입하면서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덕을 볼 수 없다. 얼리어답터로의 자부심이 있겠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리 현명한 소비는 아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분도 빠른게 좋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네 번째, 주식투자자.
일명 개미 투자자들의 경우를 말해보자. 단타매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상위 1%내에 속하는 사람들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초단타 매매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라면 나를 만나줄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주변에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단기 뉴스에 일희일비하며 매매를 하는 주식투자자의 경우 이래저래 주식 수수료만 버리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수도 없이 봐왔다. 진정한 투자자들은 오랜기간 동안 꾸준히 투자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볼 때 빠르다는 것이 그리 좋다고 볼수 없는 분야에 주식투자도 속한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사람들의 조언, 언쟁에 대한 반응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성공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조언하는 게 얼마나 행복할까 고민하다보니 나도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조언받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본다. 
육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부동산 투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이성친구 사귀는 것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다. 남들이 조언을 남발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빠르게 따라하거나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하고 실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쟁할 때도 그렇다. 다른 사람과 다른 입장에 섰을 때 고성이 오가고 성질을 부리게 되는 것은 빠른 판단에 대한 우리의 대처 모습이다. 그것도 빠른 것이 좋지 않다고 본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리저리 갈대처럼 움직이면 안 된다. 여유를 가지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옳은 경우가 극히 드물다. 

길게 보고 다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빠르게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적대시 하는 것은 느리게 가야 한다. 
내 분에 못 이겨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엎지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실수하기 전에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차는 브레이크가 좋다.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잘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있어야 명차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잘 달리는 것이 우선 목표겠지만, 그러기 위해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훌륭해야 한다.
  
빠른게 좋은 것일 수 있지만, 멈추는 것도 빠른 것 못지 않게 좋은 것임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키웠으면 좋겠다. 나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 함부로 조언은 못하지만, 앞으로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현명하게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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