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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기은 Nov 06. 2017

나의 얕은 LP 취향

마주하면 사랑하게 될 거야, COLORED VINYL 


요즘 사는 게 재미없는지 새로운 무언가를 보기만 하면 내 취미로 만들고 싶어 안달 났다. 아이스하키, 소믈리에, 커피, 필라테스, 테니스. 뭐 말하자면 입만 아프다. 재밌으면 다 내 거로 만들고 싶으니까. 개중에 내가 가장 깊은 지식을 쌓고 즐기고 싶은 분야는 LP(Long-PlayingRecord)다. LP라고 부르는 건 우리나라뿐인 듯하다. 정식 명칭은 VINYL. 따지고 보면 우리가 비닐이라고 부르는 영어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선 비닐봉다리는 비닐봉다리면서 바이닐은 멋들어지게 바이닐이라고 부른다. 뭐야, 그럼 비닐봉다리도 똑같이 바이닐 봉다리로 불러줘. 아무튼 내가 갑자기 바이닐의 세계에 퐁당 빠진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다 페북이 문제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페이스북에서 콜드플레이의 컬러 바이닐을 보았다. 영롱한 하늘색으로, 앨범 겉부터 속까지 정말 예술이다. 그리고 그 아래 하늘색을 빛나게 하는 눈부신 흰색 턴테이블.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뭐야, 멜론이 있고 사운드 클라우드도 있는데 그런 걸 사서 어디다 써.’ 


현대카드가 바이닐 앤 플라스틱 Vinly&Plastic을 만들 때 속으로 삼킨 내 마음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속에 삼켜 다행이다. 과거에 그런 말을 했다간 바이닐과 턴테이블에게 두고두고 죄송할 뻔했지. 엘피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니 내가 잘못했어. 



나는 가끔은 새벽의 조용한 침묵이 외롭다. 새벽에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 라디오를 켜면 어떤 DJ든 선곡이 좋다. 알고 있는 거겠지. 그 시각 라디오를 키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로해줄 음악이 필요하다는 걸. 아무튼 그 어느 날엔 FIX YOU가 들려왔다. 콜드플레이 팬들은 다 알 거다. FIX YOU를 한 번도 못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걸. 그때부터 나는 콜드플레이의 앨범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꾹꾹 눌러 담았다. 


Up&Up, Adventure Of A lifetime, Something Just Like This, A headfull of your dreams... ♪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도 다녀왔다. 보통 일행과 두장을 나란히 찍는 사진이 인증샷의 기본인데, 나는 티켓이 한 장이다. 왜냐면 솔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혼자 갈 계획은 아니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일행이 급작스럽게 동행을 포기했다. 그래도 떳떳하게 콘서트에 갔다. Fix you를 내 귀에 직접 들려주고 싶었기에. 


콜드플레이 얘기가 길었다. 아무튼 이렇게 각별한 콜드플레이인데, 거기다 예쁜 바이닐이라니. 무려 파란색 바이닐이라니! 나는 바로 카드를 긁었다. 

한정판 Kaleidoscope EP, 사진에 하늘색 바이닐의 예쁨이 다 담기지 못했다.

자, 그렇게 내게 와 안긴 바이닐과 턴테이블을 보셔요. 


그동안 바이닐에 관심이 없었기에 컬러 바이닐의 존재는 큰 충격이었다. 콜드플레이의 Kaleidoscope EP를 주문하고 난 뒤 또 다른 알록달록 수집 욕구에 colored vinyl을 검색했다. 


http://coloredvinylrecords.com/page/2


그리곤 신세계를 보았다. 세상에는 이렇게 예쁜 존재가 이렇게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LP의 세계는 마치 인터넷 면세점을 방불케 했다. 조금 살만하다 싶으면 무조건 품절이다. 지독하게 재입고되지 않는다. 대다수가 한정판이고 모두가 한정판을 손에 넣으려 혈안이 되어있다. 입고되면 메시지가 올 거라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메시지는 오지 않는다. 아, 눈물이 난다. 나는 어쩌자고 LP의 세계에 눈을 떴는가. 아니지, 난 왜 진작 안 빠져서 좋은 한정판을 다 놓쳤는가. 


비싼데 갖고 싶은 라라랜드 바이닐


대부분은 품절이거나, 리미티드의 귀함을 등에 업고 고가가 되어 손에 넣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왜 바이닐를 들을까? 물론 나는 콜드플레이의 예술에 현혹되어 지름 했지만, 예전부터 바이닐을 모으고 싶긴 했다. 묘한 힙함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한창 바리스타 공부를 했었는데,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취득해야 했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했다. 난 그럴 때면 분위기부터 만든다. 소음이 가라앉는 새벽이 되길 기다리고, 라디오를 켠다.(참 다양한 이유로 라디오를 듣는다.) 91.9 메가헤르츠. 소곤거리는 DJ의 말소리, 치지직 거리는 백색소음, 틈나면 틀어주는 음악. 이 삼박자가 맞으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공부하기 딱 좋은 분위기가 된다. 핸드폰을 터치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으며 듣는 음악은 더 이상 내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쉬운 요즘 것 보다 묘하게 귀찮은 옛날 게 더 정이 간다. 내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내 새로운 취미는 비싸면서 예쁘면서 분위기 있다. 음, 마치 네온사인 처럼.


바이닐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런 이유일까? 저마다의 정으로 턴테이블을 채우는 걸까. 아무튼 내 버거운 취미는 더 이상 예쁜 컬러 바이닐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내 지갑아 힘내자.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갖고 싶던 또 다른 컬러의 콜드플레이 바이닐을 선물 받아 언박싱을 했다.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셔요. 댓글과 구독도 헤헤 :)


https://youtu.be/2evGPrCw2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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