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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안후라이안 Oct 24. 2020

그런데 그는 그런 걸 그런 데 두데

기자도 잘 틀리는 '데'의 띄어쓰기

'어이쿠! 이 기자님, 사람 참 괜찮네.'


요즘 제가 눈여겨보는 기자가 있습니다. 처음 출근할 때부터 꼼꼼히 점검한 티가 나는 기사를 쓰더니, 지금은 거의 손볼 데가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자주 퇴고할까, 생각하니 책임감도 있어 보이고요. 물론 제가 점쟁이는 아니라, 꼭 맞추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정기간행물 교정을 보게 되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게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의 자가 점검입니다.

사람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문체가 있고, 맞춤법도 같은 데서 또 틀리곤 하는데요. 제가 교정기호를 늘어놓은 교정지가 담당 기자에게 여러 차례 주기적으로 되돌아가면서,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맞춤법에서 어긋나게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절로 맞춤법 규정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글을 쓰면서 조심하게 됩니다. 이렇게 몇 차례 교정지가 오가면, 나중에는 제가 교정기호를 넣을 부분이 확연히 적어집니다.


한데 이 기자가 아직도 어려워하는 띄어쓰기가 있습니다. '데'입니다.




1

「의존 명사」

「1」 ‘곳’이나 ‘장소’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일’이나 ‘것’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경우’의 뜻을 나타내는 말.


-는데  

「참고 어휘」-ㄴ데, -던데, -은데

「어미」 ((‘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뒤 절에서 어떤 일을 설명하거나 묻거나 시키거나 제안하기 위하여 그 대상과 상관되는 상황을 미리 말할 때 쓰는 연결 어미.


-데3 

「어미」 ((‘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할 자리에 쓰여,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대17  

[Ⅰ] 「어미」 ((형용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할 자리에 쓰여, 어떤 사실을 주어진 것으로 치고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놀라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뜻이 섞여 있다.

[Ⅱ] ‘-다고 해’가 줄어든 말.


※ ‘-데’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는 말로 ‘-더라’와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데 비해, ‘-대’는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쓰인다.



자, 그럼 제목을 예문으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런 걸 그런 데 두데.


위의 문장에서, '그런데'는 접속사고, 하나의 단어이므로 붙여 쓰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예요.

'그런 데'는 어떨까요? 위의 사전을 인용한 '데1' 의존명사의 1번 뜻인 '곳', '장소'의 의미로 쓰여서 띄어 쓴 것입니다.

'두데'는 조금 다른데요. '두더라'라는 뜻으로, 제가 직접 봤으므로 '-데3' 어미로 쓰인 것으로 알고 붙여 씁니다. 만약 제가 들은 말을 옮겼다면 '둔다고 하더라'를 줄여 '둔대'로 적었을 겁니다. '-ㄴ다고'의 '다'에 'ㅣ'를 붙인다고 어릴 적에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예문이 헷갈리기 쉽습니다.

일하는데 그럼 안 되지.

일하는 데 쓸 거란 말이야.


첫 번째 문장에서 '일하는데'는 어미 '-는데'를 사용했으므로 붙여 씁니다. 조금 헷갈리신다면 '그런데'의 느낌이 있는 단어는 붙여 쓴다고 기억해도 좋을 듯합니다.

두 번째 문장의 '일하는 데''데1' 의존명사를 쓴 것이므로 붙입니다. 저는 문장에서 공간적인 빈틈(room)이 있다는 느낌으로 이 의존명사를 구분합니다.



이 글을 아까 얘기했던 그 기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자가 점검에 혹독한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칭찬을 해도, 그에 덧붙인 하나의 고칠 점에 더 집중하고 괴로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 친구가 완벽하게 '데'의 띄어쓰기를 터득할 때까지, 저는 교정기호를 그리며 몰래 응원할 생각입니다. 아, 그렇다고 이성적 호감이 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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