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철 Aug 02. 2016

북 리뷰-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책은 '나만의 감수성을 일깨워 주는 좋은 도구'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 중 하나, 바로 ‘인문학’입니다.

대형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에 인문학 관련 서적이 꼭 한 두 권씩 있곤 한데요.  TV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강연을 통해서도 ‘인문학’은 우리네 생활 속에 젖어들어온 느낌인 듯합니다. 하지만, 왠지 아직도 낯선 모습의  ‘인문학’. 그냥 좋은 이야기,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뭘까요?

저도 3 년 전 인문 고전 서적을 읽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책을 읽고 나름 인문학적 활동들을 해 오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제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처음에는 시대의 유행과 무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늘 그건 제 옷이 아닌 느낌이었습니다.

고전은 어렵고, 다양한 인문학 관련 서적은 때로는 재밌기도 하고 때로는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2% 부족한 듯 내 것이 아닌 느낌을 마음에서 떨칠 순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에 만난 한 권의 책.


읽는 내내 그 느낌에 폭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 한 권의 책. 그래서 그 책은 2014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으로 그 해 저만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책은 바로,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였습니다.

그 책은 ‘인문학’이라는 아직 저에겐 낯설고 어려운 그것을 내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책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책의 무엇이 저를 그런 느낌에 빠지게 했을까요?

다시 그것을 아는 데는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것은 그 책이 제 안에 숨겨져 있던 ‘저만의 감성’을 일깨워 줘서 인문학, 아니 인문학적 요소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인문학’


인문학은 뭔가 어렵고 대단한 학자들만이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것. 그리고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은 그냥 그런 좋은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나 자신에게 들여보내긴 쉽지 않았던 그런 것인데, ‘나만의 인문학’이라뇨?

하지만 그 생각의 발상이 제가 읽고 있는 인문학 관련 서적에서 바라보는 것도, 제가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느끼는 모든 것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2016 년.

박웅현 님은 ‘책은 도끼다’의 후속편인 ‘다시 책은 도끼다’를 세상에 선보이셨습니다.

‘후속 편은 전작에 비해 항상 부족하다’ 말이 있죠.

‘다시 책은 도끼다’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쳐지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전작인 ‘책은 도끼다’에 대한 느낌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도 그 정도의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의구심이 가장 먼저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박웅현 님의 ‘다시 책은 도끼다’는 다시 한 번 저의 감성을 심하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건 제 감성이 이 책에 의해서 엄청난 자극을 받았다는 의미죠. 박웅현, 바로 그의 광고 카피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과 비슷하게 말입니다.

자, 이제 그 박웅현 님의 ‘다시 책은 도끼다'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물론 이 글은 전적으로 저의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적은 것이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될 수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우선 전작인 ‘책은 도끼다’도 그렇고, 후속작인 ‘다시 책은 도끼다’도 그랬는데요, 이 책들을 읽고 나면 그 안에 소개된 책들 모두 읽고 싶어 진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책에서 박웅현 님도 그렇게 말합니다. 전작인 ‘책은 도끼다’가 출간된 후, 그 책에 실린 책들 중 일부는 다시 인쇄 판매하는 책들도 있었다고요. 그건 책은 도끼다를 읽은 많은 독자들이 그 책을 읽고 책 속의 책을 많이 사 보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김훈 님의 ‘자전거 여행 1,2 권’을 구입해서 읽었으니까요. 여러분께서는 어떠셨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웅현 님 책에서, ‘책은 읽지만 말고 읽은 것을 느껴야 한다(p18)’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읽은 것을 느끼는 방법으로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의 글을 빌어 ‘어떤 것에서 대한 소재를 현실 세계에서 찾아서 스스로 사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남이 본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p19)고 강조합니다.

누군가의 강연을 통해서 또는 그 옛날 유명한 학자들의 고전이나 현대의 유명한 인문학자들이 쓴 책에서 듣거나 본 좋은 내용들이 왠지 2% 부족한 듯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은 그 순간에 내 느낌, 내 감성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책이든, 음악/미술이든, 아니면 내가 있는 시공간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나 자신이 느끼는 감성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 듭니다. 그것이 인문학의 시작이고 바로 ‘나만의 인문학’을 형성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조금 더 많을수록 내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인문학적 요소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내 것으로 느끼게 해 주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가장 좋은 도구 중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웅현 님도 ‘책은 얼어붙은 정신과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p29). 고 이야기합니다. 박웅현 님의 이야기를 빌어서 좀 더 얘기해 보면 ‘책을 통해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고, 책을 읽기 전까지 어떤 사물에 대해서 그렇게 보지 않았던 것이 책을 읽고 나면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죠(p33). 시선의 변화가 중요하고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드는데 책은 거기에 좋은 도구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나만의 인문학’을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물 또는 상황을 내가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어떤 감성을 느낍니다. 그 감성을 좀 더 잘 표현된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책을 통해서든 다른 지적 도구들을 활용해서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좀 부족하다면 이제 그 지적 도구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죠. 반대로 책이든 다른 지적 도구들을 먼저 접하고 그것을 내가 느끼는 어떤 것에 대입해 볼 수도 있습니다. 뭐가 먼저든 간에 ‘나만의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감성’이라는 것이죠.

저는 또 이 책에서 이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왜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깁니다(p35).

인문학은 우리에게 늘 그런 고상한 것이었습니다. 왠지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어야 하고 큰 음악회나 미술관 또는 박물관에서만 뭔가 인문학적인 고상한 활동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책은 도끼다’도 그리고 이 책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뒤, 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인문학적인 요소들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는 그것을 그렇게 바라보려는 제 생각이 가장 중요했죠.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되었던 구본창 선생님이 비누를 찍은 작품인 ‘일상의 보석’(p38 - 39)은 그  닳고 닳은 비누가 이렇게 보니 아름다운 보석으로 보인다는 것을 소개한 부분에서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즉 나만의 인문학을 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잘 제시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께서도 ‘나만의 일상 속에서 나만의 인문학적 요소를 찾아 줄 그 무엇’을 찾아보시겠어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빨리 달리면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천천히 걸으면 보게 된다는 것을요. 어떤 것이 내 마음에 특별한 것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그것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점에 대해 박웅현 님은 조지아 오키프의 말을 빌어 이렇게 얘기합니다.

“꽃을 보려면 시간이 걸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지”라고요. 마찬가지로 책고, 여행도, 생각도, 천천히 나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들입니다.(p57)

‘빨리빨리’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네 삶에서 잊고 살았던 것, ‘천천히’.

전 이것이 ‘나만의 인문학’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박웅현 님의 이 글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여기 또 하나의 표현을 소개합니다.

‘자연에 대한 인문적인 말 걸기’(p60)

 정말 감성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덧 붙인다면 ‘내 감성을 듬뿍 담아서 자연에게 거는 인문적인 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자, 그렇다면 나만의 인문적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내 안의 느낌이, 감성이 느껴주는 대로만 모든 사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나만의 인문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요? 물론 그 첫 출발점은 이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키우는 데는 역시 훈련이 필요하죠. 박웅현 님이 이 책에서 유홍준 선생님의 말을 인용해서 얘기한 다음 문장이 그 하나의 방법을 전해줄 것 같습니다.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을 통해서 커져가고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p154)

미술품을 바라볼 때, 음악회에서 음악을 들을 때, 아니면 일상에서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든지, 그 미술품에 대한 설명, 그 음악에 대한 설명, 또는 어떤 사물에 대한 문학적 표현 등을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면 내 안에서 느끼는 느낌이나 감성을 좀 더 맛나게 표현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런 나만의 훈련이 더 많이 되면 될수록 ‘나만의 인문적 표현’은 더욱 맛갈진 음식처럼 표현이 되겠죠. 그런 것들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책에 나오는 시인 황지우 선생님이 진흙 공예를 배우면서 얘기했다는 이 표현은 어떤가요?

“촉각은 영혼을 발전시킨다.”(p184)

여러분에게 쌓인 인문적 요소들이 여러분 자신의 촉각을 통해 사물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고 그것이 ‘나만의 인문적 표현’으로 재 생산될 때, 여러분의 영혼이 발전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발전된 영혼은 자신이 한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볼 때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힘(p188)을 갖게 되는 것이죠.


나만의 인문학이 시작되는 곳, 그곳은 어디일까요?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발길이 머무는 곳, 그곳에서 나만의 인문학적 감수성이 시작된다.’


박웅현 님의 ‘다시 책은 도끼다’는 전작인 ‘책은 도끼다’와 함께 여러분의 발길이 멈추는 곳에서 자신만의 인문학적 감수성을 깨우게 하는데 도화점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어 보시고 난 후에, 꼭 여러분의 발길이 멈추는 그곳에서 여러분의 아름다운 감수성을 느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시길 바랍니다.


길고 긴 리뷰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