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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Jung May 27. 2019

IPO 기업 CEO가 바라본 ICO

ICO를 바로보기 위해 IPO를 떠올려보았다.

 

국내에 소개되는 ICO는 이제 예전만큼 많지 않습니다.

광풍이 불 때 함께 쏟아지는 눈 먼 돈들이 사라지고, 언제나 그러하듯 그 조류를 따르던 이들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 따라 다시 퇴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초라한 성적표를 놓고 보면,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ICO의 허용은 안된다."고 잘라말한 정부의 선택은 옳은 것이 됩니다. 


이제 블록체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여느 스타트업이 VC로부터 투자받듯 모금이 어려워지고,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은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거래해야할 이유나 호재를 따지는 모습은, 마치 특별한 일을 겪은 다음 갑자기 철들어버린 우리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는듯합니다. 


화창하던 날씨도 가끔은 비가 내리고, 더운 여름이 지나면 반드시 추운 겨울을 거쳐 봄을 맞이하듯, 순환이 질서를 바로 잡아주는 현상은 이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는 종말이, 누군가에게는 침체기가,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금 태동기가 돌아왔습니다. 


분명한 건, 반드시 지속해야할 프로젝트와
꼭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남는 것


어찌보면 좋은 현상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투자수단만이 아닌 삶의 도구로서 블록체인이 발전하는 시금석이 마련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렇게 열광하며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투자해둔 그 끈을 놓지 않아서, 혹은 미성숙한 상황에서 완전히 개방했다 혼란을 더 키우지 않아서..


하지만 반성 없는 재도전은 무의미합니다.

그동안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연결된 ICO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지만, 정작 이를 깊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본 적도 없이, 누가 정했는지도 모를 룰에 전세계가 따르면서 막연한 희망과 동시에 풍성한 우려와 비판을 남긴채 또 다시 그 짓을 되풀이한들 다음에 무어가 달라질까요? 


다시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기술만 아닌 방법도 발전시켜야 합니다. 


IPO와 ICO를 단순하게 비교한 자료들은 간혹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상호 보완해, 블록체인의 탄생 철학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들을 가능하게끔 뒷받침하는 제도의 개선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는 거의 없는데 그럴만도 한 것이 상장과 블록체인 이 둘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운좋게도 저는 이 둘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3학년 때 창업한 기업을 IPO하는 과정에서 겪은 상장심사 과정은 사기업과 공개기업의 경영이 어떻게 다른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주었고, 2017년부터 시작한 Company Builder 활동은 제대로 된 블록체인 기업을 만들어보고싶다는 계기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전세계의 컴퓨터가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www 혁명 이후 지난 20년간 IT산업 경험 중 가장 섹시한 개념을 만나다.)


그런데 그놈의 IPO 경험이 계속 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기존 제도에서 배운 공개기업 경영의 원칙에 비해 ICO 시장의 경영은 너무나 자유로운데다 정부 또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적응은 쉽지않았습니다. 무얼 하나 하려고 할 때마다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며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때로는 내가 IT사업을 하는건지 아니면 로스쿨 다니는건지 싶을 정도로 수많은 법률가와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야했고, 여기서 배운 새로운 지식을 다시금 기성 변호사나 세무사와 관리직원들에게 설명하기 바빴습니다. 


제도에 익숙한 경영자가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나 혼란을 겪는 것이 스스로도 답답하고 지겨워질 무렵 초기 블록체인과 ICO 시장의 시행착오가 역설적으로 제도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IPO 경험자가 본 ICO에 대한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클린 ICO (Clean ICO) 


IPO에서는 기업이 공개되고 주식이 상장되어도 대표이사가 주식을 팔 수 없습니다. 세상이 다 아는 한가지는 바로 락업 제도입니다. ICO 시장에서도 널리 도입되고 있고요. 그런데 여기에다 또 하나,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신뢰'와 '자기 이익'이 바로 그것입니다.


락업은 제도에 의한 통제이므로 블록체인의 철학에 맞지않는 옷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자율성을 토대로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IPO 시장에서는 공시 제도를 통해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주의 지분율을 공개합니다. 때문에 대표이사는 비록 락업이 풀린 상태에서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쉽게 팔기 어려운 묘~한 상황에 놓입니다. 투자자를 비롯한 일반 대중들이 대표이사의 지분변동내역을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오를 때 팔면 찬물 끼얹는다고 욕먹고 내릴 때 팔면 대표도 포기했다라며 신뢰에 금이 갑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대표이사 자신의 이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오를 때 팔아 상승세를 약화시키거나 내릴 때 팔아 하락세를 강화시키는 행동은 결국 대주주인 본인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주누는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것입니다.


한편 ICO 시장에서는 파운더나 팀의 지갑 주소와 초기 보유량이 공개되는 경우는 더러 있고, 지갑을 통해 토큰의 이동내역을 누구나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 하나하나의 내역이 도대체 어디에 어떠한 목적으로 발생하였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각설하고 재단의 주요 책임자들의 토큰 변동 내역을 자진 공시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따르는 프로젝트를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한 토큰의 이동과 처분내역에 대해서도 메타 데이타를 써서 회계장부에 기장하듯 기록을 남긴다면 토큰 홀더 커뮤니티는 적어도 프로젝트 리더쉽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매하는 현상은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듭말해 파운더가 토큰을 판매하거나 이동하는 경우 이러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투명하게 토큰 지분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기존의 제도를 답습화는 중앙화된 관습이 아니라 조금 바꾸어 생각해보자면 다수의 이익과 집중된 권력을 내려놓는 오히려 탈중앙화의 한 방법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특히 ICO 프로젝트 리더쉽들이 토큰의 발행이나 분배, 이동, 매매 등 모든 중요 정보를 초기에 독점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유리한 왜곡괸 탈중앙화일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라는 키워드 자체를 기존 IPO 제도에 대입해 보자면, 토큰홀더에게는 언제든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주고, 한편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리더쉽에게는 투명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제도를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ICO


ICO에서 구성원, 즉 팀에 대한 보상은 별도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보통 10%에서 많게는 20% 이상의 토큰이 배정됩니다.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성원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상당 수 프로젝트들의 토큰 배분 현황을 살펴볼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문제점 하나는, '프로젝트를 떠났거나 조만간 일하지 않을 이들'이 토큰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기업에서는 스톡옵션을 직원에게 줄 수 있지만, 스톡옵션은 주식 발행 시점과 처분 시점의 차액을 회사가 부담합니다. 이는 어느정도 성장한 기업일 경우 주식을 제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선 증여세가 발생해 주식을 받았으나 현금을 마련해 세금을 내야하고, 상장 직전에 우리사주를 살 경우는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그리 큰 혜택은 못됩니다. 


이에 비해 ICO의 팀 토큰 분배는 시점을 가리지 않고 매우 유연하고 폭넓게 보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그 분배효율성은 IPO 제도에 비해 훨씬 자유롭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러한 자유를 초기에 팀이 독점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초기에 대부분의 토큰을 분배하고 이후 일할 동기가 약해진다는 것입니니다. 


실제로 ICO 이후 개발이 진행되지 않거나, 서비스가 계획대로 출시되지 않고 지연되는 프로젝트 사례를 목격하기란 그러 어렵지 않은데 그 이유는 비단 예산만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 중 그 누구라도 토큰이 상장되었고 그 토큰을 처분해 수익을 거두었다면 사무실에서 밤새며 연구개발을 할지 아니면 그 돈을 쓰러 나갈지는 인지상정일테니까요..


이처럼 초기에 기업의 모든 보상을 나누는 행위는 기업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장 초기 파운더와 팀이 쏟아내는 물량 때문에 토큰의 가치가 크게 하락을 부채질 하는 경우는 매우 불명예스럽습니다. (실제 거래소 관계자들은 그러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팀 보상은 유보해야 합니다. 

토큰 보상은 계속해서 근무하며 열심히 일하는 구성원에게 급여식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토큰이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프로젝트가 최소한 10년은 운영되어야 한다면 팀 보상 또한 그 운영기간만큼 안배하여 분할해 배분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 분배에 대한 내용도 투명하게 공시해야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기여한 만큼 구성원이 보상을 가져가야 합니다. 보상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프로젝트의 영속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공유 가능한 ICO


IPO 시장에서 상장 이후 기본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주식 물량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상장 시 등기 임원의 주식과 특수관계인의 주식 등은 제도에 의해 당연히 락업되고, 심지어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상호 합의된 기업가치에서 정해진 비율만큼만 할인 받아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상장 주관사가 시초가에 대한 리스크는 지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상장 초기 유통물량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이유는, 아무리 상장 기업이라해도 대중이 인식하기까지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가격이란 결국 수요와 공급의 양이 결정요인이 되는데 적정한 수요가 조성되려면 대중들이 회사의 비전과 사업을 인지할 때까지 주가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도록 대비한 것입니다. 


이처럼 공개 기업의 주가는 투자자의 이익과 직결되므로 최대한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한 다음 퍼블릭 투자자를 참여시키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가장 늦게 그리고 비싸게 주식을 산 투자자가 가장 먼저 판매할 수 있고, 가장 먼저 그리고 싸게 주식을 가지게 된 투자자가 가장 늦게 판매하는 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 통제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볼 때 가장 합리적인 구조이기도 한 것입니다.


왜 굳이 이렇게 설계해두었을 까요?

그것은 바로, 공개시장에서 공모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에게 먹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안타깝게도 ICO는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파운더와 팀은 거의 투자없이 가장 많은 토큰을 보유하고, 초기 씨드투자자나 엑셀러레이터들은 경우에 따라 수백%의 보너스를 받기도 하며, 이후 프라이빗, 퍼블릭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초기 제공된 보너스 물량들이 상장전에 유통되거나 상장직후 쏟아지기도 합니다. 


초기 ICO시장의 유통모델은, 늦게 참여한 투자자일수록 비용과 리스크를 더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 유지되면 ICO는 계속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ICO가 IPO에 비해 우월한 점은 기술에 의해 제도가 뒷받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향후의 ICO는 기술을 통해 IPO와 마찬가지로 가장 토큰을 비싸게 구입한 투자자가 상장 이후 가장 먼저 판매할 기회를 가지고, 가장 싸게 많이 확보한 사람은 그 다음에 팔 수 있는 구조를 누군가가 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모두가 합의한 코드로 만들어 내어야 하겠습니다. 



책임 질 수 있는 ICO


공개 기업은 주가가 내려가면 자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칩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사유재산인 관계로 누구도 강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경영진의 자율적 판단에 의거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이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자 결국에는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결정되고 단행됩니다. 


한편 최근까지 어려움을 겪어온 ICO 시장에서도 이러한 자구노력이나 적극적인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 뒷받침된 ICO의 경우는 IPO와 달리 스마트 컨트랙을 통해 일정량의 토큰을 담보하고 커뮤니티가 합의한 특정 조건에 도달시 해당 토큰을 매도하거나 혹은 소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통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IPO와 ICO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문득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IPO는 성악설에 기반해 디자인되고,
ICO는 성선설에 기반해 디자인되었는데,
돈 앞에 선 사람들은 악해지더라.


누군가는 암호화폐로 1조의 부를 쌓지만 누군가는 빛내서 투자한 몇백만원이 다시 1/100 토막 납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랬던 금융의 미래일까요? 행여 이는 미숙한 인간에게 주어진 탈중앙화의 자율성이 빚어낸 지옥도는 아닐까요? 


블록체인 산업에 끝까지 남을 이들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블록체인 기술과 ICO의 우월성을 프로젝트 커뮤니티의 이익을 극대화.보호하는데 활용하고, 이로써 결국은 스스로의 이익에도 부합하게 만드는 선한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1편 - 블록체인, 클린 ICO의 길을 찾다.

2편 - IPO 기업 CEO가 바라본 ICO

3편 - ICO 어떻게 개선하고 바꿀 것인가?



블록체인과 ICO, 이제 해법을 찾을 시간입니다.



2019.05 

Written by 정주형ㆍEdited by 윤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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