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반성의 일기
나에게 슬럼프가 찾아올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꿈꾸던 외국 생활을 즐기느라 우울할 틈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것.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그냥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뭐하러 여기까지 와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의 이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울 것이 있긴 한 것인지,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은 밑도 끝도 없이 내 머릿 속을 파고들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었다.
외출을 준비하는 과정마저 귀찮게 느껴졌다. 아무 의욕이 없었다.
여행자들에겐 새롭고 아름다울 더블린의 풍경도 나에겐 그저 평범했다.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낯설지 않았다.
이제 막 2달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원래 그래왔던 것 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한국과 다르게 알록달록하고 낮은 건물들도 이제 그러려니 싶었다.
지금 생활에 너무 적응해버린 나머지
이 곳의 생활이 벌써 지겨워져버린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우울하다고 언제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멈춰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내가 멈춰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그들만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테니 말이다.
어쨌든 나 스스로 다시 극복해야했다.
문득 되돌아 생각해보니, 참 쉼없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쉬는 주말에도 집에 있기 싫다며 어디든 일단 나가고 봤었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전혀 가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라면 별 일 아니었을
소소한 외식이나 쇼핑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까지와서 무슨 쇼핑이야라는 생각.
그 생각은 아주 큰 착각이었다.
이 곳도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었다.
한국에서보다 더 힘들었을 나에게 조그마한 보상조차 주지 않았었다.
가끔은.
커피 한 잔 정도에는.
마음 편히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기를.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기를.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기.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 기억하기.
더 넓은 세상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 왔다는 것 잊지 않기.
나를 더 사랑하기.
어쨌든 잘 될 거라 믿으니까.
Happy-go-lu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