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그 어떤 분함이 있어
떠나지 못하느냐
어깨죽지 늘어지도록 버겁더니
없던 속도 비워 내고
꼬깃 꾸깃 구겨지는 배신때문이더냐
그 속 들키지 않으려
검은 몸 색도 서럽지 않았거늘
처음 같지 않은 잡 것들만
속 더부룩하게 배불러 버려졌다
더러는
이탈이라는 빈 무게로 흩어져
여기 맹맛 저기 짠맛
찢길 대로 찢겨 떠나가는 너덜은
가지의 높이에 붙잡힌 체
바람만 탓하며 부르르 떨고 있다
너는 분명 허접한 소용이었으며
채움의 쓸모로 이루어졌거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야 한다
삭힐 수 없는 울분이라면
태워지거라
불길의 거세로
검은 허무 피어 내거라
가지보다 더 멀리 펄럭거리는
비닐의 찢뜯긴 타협
버림을 향하여
까마귀 떼로 날고 있다
네 삶도
그리 흔들리며 매달린 호소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