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과 음악

뜻밖의 멜로디, 뜻밖의 이별...

조규만의 "다 줄꺼야"를 들으며 내 삶의 궤적을 묻다.

by 김진호


뜻밖의 멜로디, 뜻밖의 이별 _ 뤼튼 2025-10-22.png

뜻밖의 멜로디, 뜻밖의 이별... 조규만의 "다 줄꺼야"를 들으며 내 삶의 궤적을 묻다.


오늘처럼 유난히 쓸쓸한 날, 가수 조규만의 '다 줄꺼야'가 귓가에 흘러들었다. "그대 내게 다가오는 그 모습, 자꾸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가사는 명백히 헌신적인 사랑과 재회, 위로를 노래하고 있었다. 힘겨웠던 연인을 품어주며 "다 줄꺼야 내 남은 모든 사랑을"이라고 맹세하는, 지극히 아름다운 사랑의 서약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충만한 사랑의 맹세 앞에서 나의 가슴은 이상하게도 '이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시큰거렸다. 이 노래는 이별의 노래가 아닌데, 왜 나에게는 기어코 이별의 징후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노래 속의 헌신적인 가사를 곱씹을수록, 나는 과거 나의 삶의 궤적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다 줄꺼야'라는 맹세가 오히려 '영원'은 없다는 냉혹한 진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사랑은 뜻하지 않은 것에서 틀어지고, 이별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다."


사랑이 가장 충만하다고 믿었던 순간, 연인이 내게 가장 헌신적이었던 그 시기에, 이미 관계는 미묘하게 틀어지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완벽하다고 믿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예상치 못한 이별이 닥쳐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원하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지만, 그 누구도 이 파국을 막을 답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은 눈앞의 '현실'—지금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영원할 것이라 착각한다. 이별이라는 차가운 현실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그 모든 헌신과 약속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모래성인지 깨닫지 못한다.


"세상에 영원함이란 없다." 이 명제는 나의 삶이 던져준 가장 확고하고도 슬픈 진실이었다.


조규만의 노래를 듣다 문득 떠오른 이별의 상념은, 나에게 더 이상 영원한 사랑이나 관계에 얽매이지 말라는 자유를 선언하는 듯했다.


모든 것을 주겠다는 맹세가 오히려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역설 속에서, 나는 깨달음을 얻는다. 진정한 평화는 외부의 누군가와의 '영원한 결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자유'에 있다는 것을.


이제 굳이 하나에 얽매여 살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의 맹세가 불러온 역설적인 이별의 상념은, 나를 얽매던 '영원'에 대한 집착을 끊어내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힘을 주었다. 뜻밖의 멜로디는 결국 나를 구속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자유의 노래였던 것이다.


조규만 _ 다 줄꺼야

https://www.youtube.com/watch?v=tV3xo4m8pKQ


#사랑의역설 #영원함은없다 #다줄꺼야 #이별의징후 #삶의궤적 #조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