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편지
너에게도 집이 생겼다
체통 차린 격식 통이 우쭐했지만
손에서 손으로 건네받던 체온은
등기로 체면 치례 하는 허세를 부렸다
사람 없는 빈 집에 던져져
이리 뒹굴고 저리 날리던 종이 사연들
비에 젖은 이름 마스카라 번지고
시린 눈 내리는 마당에서 밀봉의 풀침 마르던
너의 설레는 전달이 잠시 머무는 곳
머무르며 또 한 번 사연 깊어지는 곳
보듬다가 다 내어 주면
지나는 바람만 비집고 들어와 텅 빈다
집 식구들 얘기 다 쥐고 짜고도
비워 놓고 기다려야 하는 허기
목마른 소식 끊어진 허튼 소문들을
우표 한 장 붙여 먼 주소로 떠나보냈다
이제사 청구서 영수증 명세서 따위 과식에
뱃속 불러도 맘속 상하고
인스턴트 간지에 탈 나고 서러워질 때면
너의 이야기 뽀얗게 주절대던
손 편지가 그립다
SMS에 빼앗긴 너의 안부 끌어안고 싶고
속 내어 주며 눈물 번진 손편지
시절의 먼 주소에서 반송 기다리며
홀로 비어 있는
우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