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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4. 2016

사거리에서

김주탁


비가 내린다
주저리 주절 한 사거리
봄비 흩뿌린다
가져갈 것 없는 절집 같은 하늘
머뭇거리다 그대로 속 내림
비 되어 내려 
북편 가슴치고 채편 마음 두드려
제법 센티한 기억의 어리광 
길 건너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야 한다
저기
빨간 동공의 수축에도 
횡단보도 건너오지 못하는
신 김치병 깨져 시끔하던 까까머리 시절
마주 있어도 다가 가야  데워질 수 있어
나의 신호를 건너야 한다
파란 홍채의 팽창을 따라가야 한다
너스레 떨다 입 다문 회고
너는 사연 물씬 오른 알몸 되어 
삼월 비 맞으며 맞은편에 서 있다
흠씬 젖은 너를 안아 그때처럼 되려고
마른 내 체온 너에게 젖어 가려고
서둘러 횡단보도 건너고 있다
황색 점멸로 스치는 첫사랑
우산마저 던져 버렸다

-추억 비 오는 원동 사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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