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5년 만의 신혼여행'을 읽고
'행복: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며 얻는 쾌감.'
엠브로즈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기 수련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누군가와 경쟁에서 이길 때의 쾌감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그렇게 뛰어난 러너가 아니다. 딱 중간쯤에 있는 평범한 러너다. 대회 기록을 살펴보면 중간에서 살짝 상위권에 치우친정도이다.
큰 마라톤 대회에 10k 단거리를 신청하고 1시간 안에 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휙휙 앞지르며 달리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1시간 안에 10k를 완주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대회 전날에도 똑같이 담배를 피우고 소주 두 병을 마셨거나 운동을 전혀 못한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동네 뒷산에선 등산 경험이 만무한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어쩌다 건강한 삶을 위해 산을 찾았다가 헉헉거리며 올라갈 때
그 옆을 사뿐히 달리며 지나칠 때 묘한 쾌감이 있다. 약간의 부러운 시선도 기분이 좋다.
득도를 할 만큼 높은 정신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나는 이런 상대적 비교우위에서 행복감을 맛보곤 한다.
외모, 경제, 사회적 지위 등에서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않지만 중간쯤에서 튀지 않게 잘 흘러가며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동경하고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만족하고 행복감을 가끔 느끼면 살아가는 삶을 산다. 중간쯤 했다는 건 안정감도 준다. 그래도 앞으로 더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더 살아보는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