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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aiji Nov 20. 2023

헐벗은 나를 찾아 떠난 사막 (1)

2023 칠레 아타카마 사막 울트라마라톤 250km 후기 (대회 전)

나는 러너다. 

나는 울트라 러너다. 

울트라 러너는 보통 100km 이상의 거리를 완주한 사람을 말한다. 


2023년, 나는 9월에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떠났다. 

아타카마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습도가 10%를 넘지 않는다. 

달이나 화성과 같은 우주 탐사선들의 악조건 실험을 하거나 공기에 수증기가 적어 별관측이 용이하기에 많은 천문관측소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나는 중남미를 가본 적도 없고, 칠레라는 나라는 와인 밖에 몰랐다. 

나에게 미지의 세계와 같은 칠레, 그것도 가장 삭막한 사막, 아타카마를 달리기로 했다. 


<칠레로 떠나던 날 공항버스를 타기 전>


















이번이 두번째 울트라 마라톤 참가인데, 

왜 그런 힘든 일을 자초하는지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도전의 의미가 무엇일까?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아마 나를 찾는 (find myself)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평소에는 나를 잊고 살아가는가? 

나는 잊기고 하고 잃기도 하며 살아간다 말하고 싶다. 

작년 2022년 서울100k를 완주한 적이 있다.

나의 첫 울트라대회였다. 

울트라 대회는 나를 갈아없애는 느낌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 내가 입고 있던 옷들을 체력이 소진될 때마다 한꺼풀씩 벗어내는 느낌이었다.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 피니쉬라인을 통과하여 완주를 할 적에는 나는 온전한 나체가 된다. 

비로소 온전한 나를 아주 잠깐이나마 마주한 시간이었다. 

<오랜 비행시간을 함께 할 무라카미 신간>


















왜 달리는가?

에 대해 끊임없는 자문을 해본다. 

평균 주 40~50시간을 달리기에 쏟아낸다. 

만약 이 시간을 다른 일에 헌신한다면 큰 성과를 얻을 수도 있는 많은 양의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기는 마치 나의 명상이자 자아성찰의 과정과도 같은 수련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수련의 결과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고 내가 온전히 닮아 없어졌을때 '진짜 나의 모습' 을 어렴풋이 발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나를 끊임없이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게되고 고행을 자초하게 된다. 

<국가대표가 아닌데 국기를 달고 참가해야하기에 조금 부끄러웠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또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칠레 아타카마까지는 40시간이 넘게 걸렸다. 

직항이 없는 관계로 미국을 거쳐, 

미국을 온 만큼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야했다. 


대회를 참가할 때 선배님들에게 들은 노하우가 있는데, 

최대한의 장비를 비행기 내에 가지고 타야 위탁 수하물이 도착 안했을 상황에도 대회참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설마 내 짐이 오지 않은 상황이 생길까 걱정을 조금했는데 정말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뻔했다.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환승하던 중 나의 짐이 보이지 않았다.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가 멈췄다. 

그건 모든 짐이 나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나의 빨간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나에게 올 것이 왔구나...'

불행을 예감하며 직원들에게 수소문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짐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공항을 다 뒤지며 다녔다. 

공항 끝에 대형 수하물(over sized baggages)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거기엔 골프채, 텔레비젼, 이삿짐과 같은 큰 짐들이 나오는 곳있었다. 

그 대형 수하물 사이에 나의 빨간 가방이 보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미국 L.A를 경유할 적에 너무 이른 시간에 짐을 맡겼기 때문일까?

내 집이 대형수하물과 같이 나온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패닉에 빠져서 공항을 돌아다녔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인천-엘에이-리마-산티아고-칼라마까지4번의 환승을 했다>


















<사진에 담기지 않는 아름다운 사막노을>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대충 찍었는데 별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만큼 별관측이 쉬었던 곳>



















그렇게 꼬박 이틀이 걸리는 긴 시간동안 이동을 하고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에 도착했다. 이곳은 물이 모여드는 분지로 오래 전부터 오아시스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생겨는 마을이다. 

이곳은 사막마라톤의 마지막 골인 지점이기도 하다. 

이곳의 해발은 3,200미터로 걷기만해도 숨이 차고, 술 취한 것처럼 어지럽고, 약간의 두통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고산지대이다. 

이곳에서 대회 브리핑을 갖고 사막으로 다 같이 이동한다. 

고산지대 적응을 위해 이틀 전에 도착을 했지만, 

대회가 시작되고 이 고산병이 얼마나 나를 괴롭게 만들지는 상상도 못했다. 


<시내구경>
<산페드로 성당. 이옆 광장이 대회 마지막 골인지점>
<오랜만에 보는 엽서. 가족에게 안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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