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동혁 Mar 02. 2016

회사를  그만두었다.

가내 수공업으로 앱 개발을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어느 정도 집에서 일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고 하루하루 시간이 엄청나게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지내고 있다. 친형은 가끔 나에게 "그 좋은 회사를 왜  때려치웠느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더 늦으면 내가 정말 꿈꾸고 있는 생활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회사를  그만두었다.


포털과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많은 서비스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내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것들을 만드면서 동료나 친구들에게는 종종 내가 만든 서비스를 소개하며 자식 같은 놈이라고 자랑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 자식 같은 서비스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단되고 버려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식 같은  서비스였지, 
내 자식은 아니었구나. 


그래서 자식 같은 서비스가 아닌 내 자식을 만들기 위해,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개인 개발을  시작했다. 


첫 개인 프로젝트, 첫 실패

처음으로 개발한 것은 펜이 움직이는 속도를 인식해서  손글씨처럼 쓸 수 있는 필기 앱 었다. 앱 개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욕심만 앞서서 회사가 끝나고 집에 가면 개발하고, 주말에도 개발하고 반년 정도 시간을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출시하지도 못하고 도중에 프로젝트를  중단하였다. 그 이유는 처음에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 보다 기능이 너무 커졌고 기존에 있는 앱들의 기능을 따라서  추가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또한 앱을  출시한다는 것은 개발하는 것이 반이라면  그 외에 출시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반이었다. 핵심 기능만 만들고 바로  출시해서 반응을 보고 개선을 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모든 것을 만드려고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하루아침에 대박은 없다

첫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여가 시간에는 무조건 앱 개발을 하였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들과 서비스를 같이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대박이 나면 같이 창업을 하는 거야"는 생각을  공유하였다. 하지만 모든 팀, 개인 개발자들의 꿈꾸는  하루아침에 대박이 나는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더구나 초기 앱스토어에서 출시만 하면 다운로드를  보증하는 때는 이미 지나 있었다. 개인 앱을  개발하면서 용돈 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했지만 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곧바로 결혼을 하면서 개인 앱 개발은 멈췄다.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새로운 개발 환경에  적응하느라 개인 앱 개발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한 결혼을 하고 난 뒤에는 내 시간이 모두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 한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시간이  많아졌으니 당연히 앱 개발을 다시  시작하였고 "큰 것이 아니어도 된다. 조그만 것부터 필요한 것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마약과도 같은 사용자의 반응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내가 일주일에 2번 이상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앱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 불편함을 내가 해결하자는 생각에 정말 간단하게 한 달 만에  출시하였다. 여러 아이폰 커뮤니티에 홍보 글을 올리고, 가격을 바꿔 보고, 리뷰를 해주는 사람들에게 메일도 써보고, 공짜로 받은 페이스북 광고도 사용해 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다. 사용자들이  조금조금씩  늘어나면서 스토어에 좋은 리뷰도 달리고 가끔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는 사용자들이 보낸 메일이 오기  시작하였다. 회사에서도 앱 개발을 하고 내가 만든 앱에 리뷰가 달리는 것을 보기도 하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으로 내가 만든 앱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의견이 달리는 것은 나에게 마약과도 같았다. 더 좋은 기능, 더 편하게 만들어서 더 칭찬(좋은 리뷰)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피곤한 것도 모르고  개발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그만큼 요구 사항도  많아졌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핵심 기능만 구현한 앱이라 없는 기능이 너무 많았다. 시간을 점점 더 많이 투자를 하게 되면서  그만큼 사용자도 많이  늘어나고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시간을 투자한 만큼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조건 좋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며 무조건 싸다도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냥 쓰던 것을 사용하고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계속 개발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앱 개발에 대한 생각은 점점 더 커져서 틈만 나면 새로운 앱에 대한 생각, 기존 앱에 대한 개선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내와도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앱스토어 및 사용 수치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앱을 만들고 알릴 수 있을까는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다. (아내와 함께 일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풀어보겠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가 있더라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회사를 떠날 수 없는 것은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앱을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앱을  개발하면서 잠을 줄이고, 주말에 쉬지 않고, 놀러 가지도 않았다. 지금은 조금  나태해져서  이때만큼은 일을 못하고 있는데,  그때 당시에 내 시간을 앱 개발에 더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회사에 다니는 현재의 상태를 만족해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좋은 복지와 괜찮은 급여 수준, 그리고 부모님들까지 챙겨 주는 의료비 지원은 회사를 그만두는데 가장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요인이었다.


더 늦기 전에 결정을 하였다. 어차피 10년, 15년 안에 회사를 나와 내 일을 해야만 할 텐데,  더 경쟁력이 있을 때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 보다도 회사를 그만 두면  먹고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으로 인해 내 실력은 더  좋아질 것이다는 생각이 회사를 그만두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밥은 먹고 다니냐?


앱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과자 값을 벌었고,   그다음에는 용돈을,  그다음에는 생활비를 벌었다. 그렇게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앱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앱스토어에는 엄청나게 많은 앱들이  출시되어 있고 그 안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필요한 것을 제대로 만들어서 합당한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면 아직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라는 것이다. 최소한 10명 이하의 팀이 충분히 배부르게  먹고살면서 자신들의 생각으로 만든 앱들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가능성을 더 실험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고 아내와 함께  하나하나씩 맞춰 가며 지내고 있다. 




인디 ≠ 배고픈 

매일 아침 내가 내린 맛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일하고 있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그만큼 더 좋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더 커진 것 같아 매일 내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즐겁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