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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혁 Apr 01. 2016

집에서 일하는 개발자

리얼 인디 개발자의 생활

회사를 그만두고 드디어 앱 개발을 풀타임으로 하게 되었다. 이제 출근할 일도 없을 테니 비교적 교통은 불편하지만 이전에 살던 집보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작업실로 사용할 방을 따로 꾸몄다. 딱 개발하기 좋은 계절이었다. 바람은 선선했고, 이사를 온 집이 산속에 지어 놓은 아파트라 새소리도 많이 들리고 공기도 좋았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면 의지가 넘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 겸 산책을 하고 시간이 자유롭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9시에는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였다. 방문을 열면 출근이고 방문을 닫으면 퇴근이었다. 늦게까지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만들어 가자는 다짐을 하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



딱 두 달 좋았다.

사람은 참 환경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 출퇴근의 스트레스가 없고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도 없는 생활의 즐거움은 딱 두 달 만에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마냥 사라지게 되었다. 늦게 까지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았던 것은 기분 탓이었던 것 같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활비에 대한 압박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마침 앱스토어에 등록해 두었던 내 앱 중 하나가 정책 위반을 하였다고 앱스토어에서 삭제당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나마 있던 매출이 더 줄었다!) 기존에 같은 기능이 있는 앱들도 많았는데 왜 내 앱만 삭제되었느냐고 항의를 하였지만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앱스토어 리뷰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재등록을 포기하고 기존의 앱과 새로운 앱에 더욱 집중하였다. 



삼시 세끼를 집에서

생활비가 빠듯하니 아내와 나는 당분간 외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가끔 주말에 하루 이틀을 삼시 세끼 차려 먹는 경우가 있지만 삼시 세끼를 매일 차려 먹는 것은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다. 메뉴를 생각하고 요리를 하고 치우고 설거지를 하면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했다. 이전에 끓여 놓은 찌개나 국이 있으면 빠르게 끼니를 해치울 수도 있었지만, 라면이나 그밖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로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앱 개발 일도 하면서 뭐 먹을지 고민하고 요리하는 아내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두 달 정도 삼시 세끼 생활을 한 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생각에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는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다.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다. 차라리 그 시간을 아껴서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쉬는 것도 실력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동안은 쉬지 않고 일했다. 몇 년 동안을 고민하고 기대했던, 집에서 내 일을 하는 생활을 시작하니 의지가 넘쳤다. 하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일이다 보니 내 의지와는 다르게 점점 늦게 일어나는 날이 많아졌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끝없이 내가 만든 숙제를 처리하기 위해 계속 받아쓰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자유롭지만 그 자유를 내가 스스로 억압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능성을 1년 정도 짧게 해 보고 안되면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오랫동안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이 생활에도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일단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였다. 하루에 너무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 있으니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는 생각에 저녁 8시 이후에는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였다. 그리고 쉬는 날을 정해서 그날은 일에 관련된 어떠한 것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항상 앱 개발에 대한 생각만 하다가 쉬는 날이 생기니 많이 어색했다. 아내와 함께 서로를 쳐다보며 쉬면서 뭘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막상 쉬고 있으면 좋기도 했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인디 개발자 생활


큰 배에서 떠나 이제 작은 돛단배를 운항하는 선장이 되었다. 굶어 죽을 수도 있고 큰 파도를 만나서 배가 부서질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섬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가는 방향도 모른다. 다만 꾸준히 맞는 방향을 찾아 노를 젓고 또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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