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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혁 May 19. 2016

무엇을 만들 것인가?

내가 만든 앱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았다. 일단은 내가 그동안 적어 놨던 아이디어를 하나씩 만들어 보고 싶었다. 개발자로서 한 회사에 소속이 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나는 내 생각으로 만든 앱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모바일 앱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한 명의 개발자가 만들고 수익이 부족한 생활을 버티려면 좀 더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래의 방법을 지키고 있고 이 방법이 자유롭게 인디 앱 개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디어

디자이너가 필요 없을 수는 없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디자인 감각과 아이폰의 기본 UI을 잘 사용하면 제법 쓸만한 앱을 만들 수 있다. 인터넷 상의 좋은 퀄리티의 디자인들은 유/무료로 구매할 수 있고, 색상 조합도 마찬가지로 메인 컨셉 색만 선택한다면 비교적 쉽게 앱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물론 디자이너의 손길이 간절하게 필요할 때가 많이 있다. (아이콘을 디자인하는 경우 등) 하지만 아직은 디자이너 없이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중점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 스스로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실력도 늘고 있다. (처음에는 디자인이 개발자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직 함께 할만한 디자이너를 만나지 못했기에, 또한 외주로 디자이너를 고용할만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내가 앱 디자인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


3개월 안에 출시까지 가능한 규모의 아이디어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는 함께 일하는 와이프와 매일매일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과물을 써보면서 발전시켜 나가지만, 앱 개발의 많은 부분을 혼자서 담당하게 되면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쉽게 지칠 수 있다. 지침의 정도는 프로젝트 기간이 길면 길 수록 더 심해지고, 급기야 처음에 무엇을 만들고자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그저 많은 기능이 붙어 있는 돌연변이 제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3개월 안으로 만들어서 출시까지 할 수 있는 규모로 앱 개발을 시작한다. 많은 기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앱을 만드는 것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출시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듣고 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고객 관리
국내 모바일 사용자들은 네이버 또는 카카오가 만든 새로운 앱이라고 하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설치한다. (그만큼 퀄리티가 보장되는 앱을 개발한다) 하지만 개발사 이름이 개인 개발자 이름으로 되어 있고, 디자인도 예쁘지 않다면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트래픽이 많은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앱 홍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없는 상태에서 앱을 성장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규 앱을 만든 후 사용자들의 수를 많이 빠르게 늘리기보다는 초기 유저들이 사용해 보고 남긴 리뷰나 메일로 오는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하고 버그를 줄이는 것에 더 집중한다. 이러한 피드백들은 한글, 영어 메일로 올 수도 있지만 구글 번역이 제대로 안 되는 중국어 등으로도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영어와 현지 언어(구글 번역)로 문의 사항에 대해 답변을 보내 준다. (와이프의 아이디어이고, 생전 처음 접하는 언어로 답변을 보내느라 와이프가 고생이 많다.) 메일 보내는 시간이 한글이나 영어와 비교할 때 두세 배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이 돈을 써서 홍보하는 것보다 우리 앱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더 만족시킬 수 있고 쌓이고 쌓여서 더 강력한 입소문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피드백이 들어오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사용자 수가 필요한데 앱 출시 전후로 아이폰 커뮤니티에 와 같은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곳에 베타테스터를 모집하고 의견을 받아 앱의 발전 방향을 잡아간다. 국내에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가 많이 없다고 무시하는 개발자(사)도 있지만 국내 시장은 의견을 받아서 제품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좋은 시장 규모이다.


무엇보다 내가 자주 사용할 만한 제품

기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해서 무조건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고려할 때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내가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아이디어로 인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가 이다. 그리고 그 앱이 출시되었을 때 내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사용할만한 것인가를 고려한다. 유행을 따라 이리 끌려 다녔다 저리 끌려 다녔다 하면 경쟁력이 없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앱 개발을 시작한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아이템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정도 시장 규모가 있어야 시간을 투자하던, 돈을 투자하던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디 앱 개발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시장 규모라도 그 시장을 독점한다면 한 가정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처음부터 "와우" 소리가 나는 앱을 만들기 위해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고 있기보다는 내가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의 크기가 작더라도 하나씩 해결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사용자의 의견에 귀기울이며 꾸준히 개선한다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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