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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혁 Nov 22. 2016

집에서 인디 개발, 벌써 일 년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일까(?)

일 년 전과 마찬가지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서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일 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풀타임 인디 개발자(팀) 생활을 시작하였고, 여전히 집에서 아내와 함께 앱 개발을 하고 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가장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생활

익숙지 않은 집에서 일하는 생활을 시작한 뒤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나에게 맞는 일하기 패턴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늦어도 9시에는 책상에 앉아서 일과를 시작하고 저녁 먹을 무렵에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일을 종료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였다. (물론 게임도..)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루씩 일요일에 쉬곤 했는데 이제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집중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서 쉬던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이전(회사를 다닐 때는)에는 젊었을 때 좀 더 고생해서 나중에 편하게 살자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내 몸이 원하는 데로 살자를 생각으로 바뀌었다. 단기간에 결론이 나는 일을 한다면 다르겠지만, 나는 좀 더 천천히 내 일과 내 생활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일

회사를 그만둔 후로 3개의 신규 앱을 출시하였고, 30번의 앱 업데이트를 하였다. 외주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은 와이프뿐인데, 이제는 제법 호흡도 잘 맞고 업무 분담도 잘 되어 있어서 일 처리 속도가 많이 좋아졌다. 운이 좋게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정성을 쏟은 앱이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메인 화면에 노출되어도 보고 그로 인해 사용자도 많이 늘고, 앱스토어의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비록 일주일 천하였지만..)


회사를 그만둘 당시에는 그동안 노트에 적어뒀던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 보고 반응을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시간이 많아졌다고 해서 개발 속도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만들어 놓고 대박을 꿈꾸며 방치를 하기보다는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고 충분히 개선하는 과정이 더 재미있고, 생활비의 압박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었다.


점점 꾸준한 매출을 발생시켜주는 앱이 되어가는 내 자식들을(앱들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하면서도 한편에는 여전히 한 순간에 훅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다.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일까(?)

 웹툰 '미생'을 보면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고 회사에서 나오지 말고 버티라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보고 자신의 일을 하고 싶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을 것 같다. 나 또한 내 일을 생각하며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미생'을 보았고 두려움을 느꼈다.


고작 일 년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밖은 지옥이 아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생활이 어떻게 지옥일 수 있을까?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절대로 지옥이 될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 분야에 대해 자신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내 경험상 무작정 나와서 도전하기보단 금전적으로 안정적일 때 많이 생각해 보고,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여러 방면으로 시도한 후 가능성이 보였을 때 월급을 포기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생활비에 대한 압박, 주변 시선에 대한 압박을 받다 보면 생각도 더 좁아지고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자신감을 갖자.



좋은 생활 패턴의 선순환


창업을 하면 가정도 포기하고 밤도 낮도 없이 일만 해야 할 것 같아서 쉽게 선택을 못하겠다.

어느 개발 커뮤니티에서 위와 같은 댓글을 읽은 적이 있다. 회사를 그만둔 뒤 몇 달 동안은 위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잠자는 시간, 노는 시간도 아껴서 빨리 성공하겠다. 쉬는 시간은 사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 자신을 압박하고 괴롭히는 생활 패턴은 오래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피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더구나 나와 같이 큰 자금 없이 앱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 사용자들이 개인 개발자에게 신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모이는 긴 시간을 기다리려면 좋은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리한 야근 없이 일정 시간 일을 하고 꾸준히 운동, 공부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습관을 반복한다면 그 반복되는 일상 중에 혁신이 만들어지고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년 전 나는 앱 개발 시장이 여전히 소규모 개발자(업체)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기회를 내가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1년이 지난 후 나는 그 기회를 완전히 잡진 못했지만 근처에는 다가갔다는 평가를 내렸다. 처음부터 대박을 바라지 않고 필요한 제품을 꾸준히 발전시킨다면 그 제품에 만족한 사용자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가 이 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목표는 '생존'이었다. 지난 일 년간 경험해 보지 않은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실제로 경험해봄으로써 이겨 낼 수 있었다. 아마 내년 목표도 '생존' 이겠지만, 가능성을 '실험'해 보는 시간이 아니라 가능성을 '확신' 하는 시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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