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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환 Jun 09. 2018

내 삶의 구글어스, 유전자 지도

무비스트 칼럼: 라이언(2017년)

  

구글어스로 집을 찾아간 감동적 실화
<라이언>(2017)

다섯 살 사루는 인도의 작고 가난한 마을 가네샤 탈라이에서 엄마와 형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엄마는 언제나 일을 해야 했고, 형 구뚜도 매일 밖에 나가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을 따라 집을 나섰다가 기차에 실려 1,600km 떨어진 캘커타까지 가게 된다. 난생처음 만난 낯선 환경과 엄청난 인파, 그리고 힌두어가 아닌 뱅갈어를 쓰는 캘커타에서 꼬마 사루는 길을 잃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게 되고 위험천만한 일까지 겪게 된다. 이후 열악한 환경 속의 미아보호소에서 지내다가 호주의 한 가정에 입양되는 운명적인 사건을 맞게 된다.


내 삶의 구글어스? 나의 유전자 지도 

양부모님의 도움으로 의젓하게 성장한 사루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인도 친구 모임에서 젤라비를 발견하고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사루의 사연을 알게 된 친구들은 정보를 조합해 사루가 살았던 곳이 어딘지를 추측했지만, 사루가 기억하고 있는 지명과 흡사한 곳이 인도에는 너무나 많았다. 포기의 순간 희망의 끈을 이어준 것은 바로 ‘구글어스’였고, 사루는 다시 자신이 기억한 지명과 어린 시절 뛰어놀던 숲, 사원, 작은 다리, 골목의 풍경, 기차역, 물탱크 등의 단서를 조합해 고향집을 찾기 시작한다. 25년 전 기차를 탔던 시간과 당시 인도를 다니던 기차의 속도를 계산해 수색 반경을 정한 후 하나씩 역을 확인하던 어느 날, 수색 반경 너머로 무심히 따라가던 시선과 어릴 적 뛰놀던 골목, 강변 기찻길이 교차되면서 울컥 눈물을 쏟게 되는데…

                                                        



우리는 태어나면서 각자의 유전자 지도(genome map)를 가지게 된다. 세포의 핵 속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으며 그 안에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존재하고, 이는 3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백 내지 수천 개의 염기가 하나의 유전자를 형성한다. 유전자의 기본이 되는 염기는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의 네 가지이며, 이 네 가지 염기가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 바로 유전자 지도이다 (1). 유전자 지도는 유전자의 숫자와 위치를 나타낸 것으로 목적지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지도처럼 일종의 안내도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유전자 분석은 연구의 수준을 넘어 진단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과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에도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나눔, 유전자 지도의 업데이트 

영화 속에 담긴 또 하나의 기적은 사루에게 사랑을 나눠준 양부모와의 만남이다. 니콜 키드먼과 데이비드 웬햄이 연기한 사루의 양부모는 집을 잃고 거리를 떠돌던 아이를 헌신적으로 품었다. 실제 사루의 양부모는 ‘불임’ 때문에 사루를 입양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아이를 낳을 수 있었지만, 세상에는 이미 돌봐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여 빈곤 국가의 아이를 입양했던 것이다.
                                                        



우리가 가진 유전자 정보의 나눔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새로운 길이 생기면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내비게이션처럼, 유전자 지도 역시 새로운 데이터의 축적과 업데이트가 핵심이다. 아직 우리는 일부의 지식만을 알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밝혀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의 나눔이 필요하다.

영화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매혹이 있다면, 세상이 개발한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의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넓혀줄 것이라는 희망일 것이다.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더 위험해졌을지도 모르지만,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우리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1. https://www.genome.gov/12011238/an-overview-of-the-human-genome-project/


아래는 알아두면 유용한 Tip!_편집자주(by 윤영식)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이 영화에서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기억하고 있는 문구와 장면으로 자신의 고향을 찾는 의지가 멋들어지게 결합된 실화이니 말이다.

요즘 가장 핫한 인공지능의 새로운 기술들 역시 우리 생활에 접목되어 활용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2016년 12월 5일 대장암 3기 환자를 첫 진료했다. 왓슨에 조씨가 이미 수술을 받았다는 정보와 기타 정보를 입력한 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 의료진의 소견과 100% 일치했다고 한다.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백정흠 기획실장은 "왓슨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며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앞으로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의료진이 분석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왓슨이 조금 더 높은 퀄리티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암을 100% 분석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이후, 2017년 암환자의 종양세포와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추천하는 '왓슨 포 지노믹스'가 부산대학교 병원에 도입되었다. 이후 많은 병원들에서 IBM의 왓슨을 도입하여 환자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2018년 4월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암학회(AACR 2018)에서는 구글의 인공 지능 헬스케어(Google AI Healthcare)팀이 기조강연으로 나서는 파격적인 행보가 있었다. 미국 암학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있는 Jason D Hipp과 Martin Stumpe이 ‘Advancing cancer diagnostics with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주제로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로 암을 진단하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AI로 림프절에서 전이성 유방암 진단, AI 기반의 전립선 암 글리슨 등급, 새로운 도구 : AI 현미경 등의 3가지에 관한 발표였고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AI가 병리의사와 비슷하거나 더 빠르고 정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제이슨 힙은 "Data에 기반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수정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발전했다”고 했다..

이는 얼마전Seoul Forum 2018 기조 강연자로 나선 구글의 싱크탱크인 Jared Cohen CEO of Google Jigsaw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Jared Cohen은 당뇨, 유방암, 유전체 분석도 현재 진행중인 사항이라고 얘기했으며 이는 향후에 의사들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자레드 코헨의 멘트를 요약하면,
1. 구글의 AI는 차세대 레볼루션을 진행하고 있다.
2. 신약을 개발하고 당뇨 등의 질병을 진단하고 있으며,
3. 유전자 영역도 AI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고 더 나은 해법을 찾아내고 있다.
4. 데이터가 더 필요할 뿐이다. 알고리즘 필요 소프트웨어 등은 이미 있고 기술적 발전도 이뤄내고 있다로 귀결된다.

                                                        

Source : https://www.facebook.com/Neosiki/posts/10211512150591663

참고자료 
https://www.cancertodaymag.org/Pages/cancer-talk/Artificial-Intelligence-Characterizes-Cancer.aspx 
Artificial Intelligence Characterizes Cancer
http://medigatenews.com/news/3062824290, 길병원 AI 의사 '왓슨' 첫 진료 
http://webcast.aacr.org/s/2018annual/PL02 
(http://webcast.aacr.org/console/player/38653?mediaType=slideVideo&&crd_fl=0&ssmsrq=1526094821544&ctms=5000&csmsrq=5244)

AACR 2018
Advancing cancer diagnostics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Jason D Hipp
Google, Inc., Mountain View, CA, United States
Martin Stumpe
Google, Inc., Mountain View, CA, United States

                                                        

Source : AACR 2018


영화정보 

제목 : 라이언(Lion)
감독 : 가스 데이비스
배우 : 데브 파텔 / 루니 마라 / 니콜 키드먼 / 데이빗 웬햄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 118 분
개봉 : 2017-02-01 / 현재 IPTV 및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다

시놉시스

5살, 인도에서 호주까지 - 7,600km의 거리
형을 기다리다 기차에서 깜빡 잠들어버린 다섯 살 ‘사루’는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눈을 뜨게 된다. 낯선 기차역에 홀로 남겨진 ‘사루’는 보고 싶은 엄마와 형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기억나는 것은 형 ‘구뚜’의 이름과 정확하지 않은 동네 이름뿐. 수 개월 동안 이곳 저곳을 떠돌며 힘겹게 살아가던 ‘사루’는 결국 인도를 떠나 호주에 살고 있는 새로운 가족 곁으로 가게 된다.

30살, 호주에서 인도까지 - 25년의 시간
성인이 된 ‘사루’는 대학원에서 우연히 인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엄마와 형에 대한 생각에 괴로워하던 ‘사루’는 ‘구글어스’로 전세계 어디든 찾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25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을 다시 찾기 시작하는데…

인생에서 두 번의 기적을 만든 남자
25년만에 집으로 향하는 그의 오랜 지도가 새롭게 펼쳐진다!


2018년 6월 7일 목요일 | 글_최경환 박사(kh.choi@edgc.com 무비스트)

- 유전체 비즈니스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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