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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실장 Mar 19. 2018

우리가 영어를 두려워할 필요 없는 이유

posted: Mar. 19, 2018

updated: Mar. 23, 2018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과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업무뿐만 아니라 여행을 가서도, 또는 지나가다 단순히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한테도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에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번 글에서는 그 “두려움”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좀 생각해보기로 한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외국인(foreigner) 이란 정의가 반드시 native American 미국인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상대방이 프랑스인일 수도 있고, 인도인일 수도 있고, 중국인일 수도 있다. 모두 다 “외국인”이라는 한 단어로 불리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많은 국적과 민족, 그리고 인종이 섞여있는 셈이다.


세상은 넓고 국적은 다양하다 (출처: JTBC)


필자는 이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양한 국적과 민족 그리고 인종에 따라 발음이나 억양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이 구사하는 영어와 인도인이 구사하는 영어는 미국인이 구사하는 영어와 똑같을 수 없다. 문법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알파벳을 쓰는 나라 사이에도 많은 차이가 있는데, 이태리어에는 w 나 x 같은 글자가 아예 없고 (j, k, w, x, y는 외래어를 표기하기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한다), 같은 사물임에도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가 전혀 다른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는 미국에선 'soccer'로 표기하지만, 영국에선 'football'이라고 쓴다. 그리고 미국에서 'football'이라고 하면 아마 다들 American football, 즉 '미식축구'로 이해할 것이다.)


같은 영어인데도 이렇게나 다르다. (출처: www.kaplaninternational.com)


즉,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데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건 없으며, 발음이 좀 다르고 억양이 다르다한들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인들은 영어로 이야기할 때 발음이 틀릴까 봐 문법이 틀릴까 봐 죄책감에 가까운 두려움을 가지는지 나름 고민을 좀 해보았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1) 고질적인 객관식 교육의 폐해, 2) 나를 낮추는 유교적 사고방식, 이 두 가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1) 고질적인 객관식 교육의 폐해


사물에 대한 우리의 사고력은 4개 혹은 5개의 선택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4개 혹은 5개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 (또는 두 개)를 고르는 훈련에 특화되어왔고, 나머지는 정답이 아닌 것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정답을 골라내지 못하면 우리는 “틀렸다”라고 하며, 틀리면 누군가에게 “혼나게 될” 것처럼 느껴진다 (그게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그런데 막상 외국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돌발상황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이 선택지를 벗어나버리기 일쑤고, 고를 답안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영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틀릴까 봐 (라고 쓰고 ‘혼날까 봐’라고 읽는다) 두려운 것이다.


(범인은...아니) 정답은 언제나 이 안에 있다. (출처: 2017 대수능 9월 모의고사)


2) 유교적 사고방식


타인을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중 중요시되어야 할 덕목이고, 서양에서도 이러한 동양사상을 받아들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 미덕이지, 자신의 의견도 개진하지 못하여 손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에서도 (나를 낮추고 외국인을 존중하기 위해?) 제대로 말 못 하는 건 뭔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우리들은 자기주장이 강한 상대방에게 (예를 들면 어르신, 선생님, 직장상사 등등) 토를 달거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주 나쁜 못된 것으로 인지하고 살아왔다. 우리는 이런 사고방식에 푹 담가져 온 native Korean인데, 자기주장이 매우 강하면서 심지어 백인우월주의까지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결국 십중팔구 찍소리도 못하고 yes 나 OK 만 대답하는 일명 “호구”가 돼버리고 만다.


우리 형님께서도 명언을 남기셨다. (출처: MBC)


결국 요지는, 우리가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관점에서 너무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발음이 좀 틀려도 괜찮고, 억양이 좀 이상해도 상관없다. 나의 생각과 말하고 싶은 바를 잘 전달하면 되는 거지, 유창해 보이는 발음과 억양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실제로 다양한 국가에 다양한 인종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만의 특이한 억양과 발음으로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울 지경에 처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심지어는 native American 미국인도 발음이나 문법이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이건 아주 당연한 이야기인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100% 정확한 발음에 정확한 문법으로 한국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 맞춤법은 대통령에게도 쉽지않다. (출처: http://rock1209.tistory.com/41)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은 발음이나 문법이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정리를 잘 못한다”는 점이다. 내가 겪은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발음과 문법에는 각별히 신경을 쓰는 반면, 본인이 말하려는 내용을 조리 있게 잘 정리하고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에는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내 발음이나 억양이 Konglish 같다며 까더라...) 이래 가지고는 미팅 끝나고 서로 무슨 내용을 이야기했는지 정리가 안되어 오해만 남게 되고, 결국 “Please mail me your summary later.” 같은 소리만 듣고 끝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자. 창피하지도 말고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내 입과 내 혀는 native Korean이니 R 발음과 th 발음이 잘 안 되는 건 당연한 거다 (만일 white 가 외국인들이 이걸 가지고 조롱하면 “너네들은 우리말의 쌍자음 잘 안되잖아”라고 맞받아치면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발음이 안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잘 전달해야 한다. th 발음을 못 알아들으면 여러 번 더 반복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발음하려 노력해보고, 그래도 정 안되면 손으로 써서 보여주면 되는 거다. 귀로 안 들리면 눈으로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보여줘도 잘 전달이 안될 때가 있다. (출처: KBS)


<잡설> 필자는 치아교정을 했는데, 교정기(tooth bracket) 끼고 있는 동안에 r 발음과 th 발음을 어느 정도 마스터(?) 했다. 이유는? 교정기에 혀끝이 닿으니 너무너무 아파서 혀가 잘 말아지더라......




제 글에 대한 좋은 조언이나 따가운 충고 모두 환영합니다. 많은 댓글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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