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그 책방
어려서는 만화책을 좋아했다. 동네에 만화가게가 있었다. 만화가게 주인은 할머니였다. 만화가게에서 보는 건 가격이 싸고, 빌려 가는 건 비쌌다. 나는 빨리 읽지 못해 빌려 갔다. 집에서 책을 읽고 만화 가게에 반납을 했다. 당시에 얼마에 빌려 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 2~3환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화폐단위가 원이기 전에는 환이었다)
젊어서는 소설책을 즐겨 읽었다. 한국 단편소설을 읽고, 청춘 소설도 읽은 것 같다. 가끔 에세이도 읽었고, 세계의 명시 등도 읽었다. 그러나 꾸준히 읽지는 않았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은퇴하고 나서다. 손자와 함께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람은 엄마가 대부분이다. 가뭄에 콩 나듯이 아빠도 볼 수 있다. 나처럼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오는 건 보지 못했다.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지만, 손자가 흥미를 잃으면 도서관에서 놀도록 했다.
손자와 도서관엘 다니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일주일에 한두 권을 읽었다.
그러다가 독서동아리를 알게 되었다. 독서동아리에서 독서토론을 하면서 독서의 깊이를 알게 되었다. 동아리 리더는 국어 선생님 출신이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독서토론을 하기 위한 발제, 찬반 토론 같은 건 없다. 책을 읽고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데 2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 선생님의 독서동아리는 회원이 점점 늘어나 지금은 서점을 하면서 일주일에 3~4회는 독서토론을 한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독서토론을 한다. 한 달이면 12~16회이다. 전반기 5개월, 후반기 5개월을 독서토론하고 여름과 겨울 한 달은 방학이다.
수강료는 처음엔 1회당 1만 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4만 원을 받는다.
특징은 순수 한국작가의 책만 취급한다.
얼마 전에 그 선생님에게 고마움의 선물을 보냈다. 선생님은 내게 더 좋은 선물을 보내주셨다. 나에게 독서의 참맛을 알게 해준 고마운 선생님이다.